[현해남의 월요논단] 농약 10%만 줄이자

[현해남의 월요논단] 농약 10%만 줄이자
  • 입력 : 2021. 11.15(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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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농약 사용량 증가가 심각하다. 2013년도 기준 매년 약 20%씩 늘었다. 이대로 가면 제주는 농약의 섬, 농산물은 농약 농산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농업인들은 농약에서 오는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 것이다. 농업인 의식이나 정책 방향 모두 바뀌어야 한다.

농약 얘기만 나오면 지하수 오염을 먼저 꺼낸다. 20여 년 전에 제주특별법으로 메탈락실(상품명 리도밀) 사용을 금지시켰다. 지하수 오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제초제 브로마실(상품명 하이바엑스)도 사용 금지 농약이다.

농약을 단순히 지하수 오염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제주 농업인이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회복할 수 없는 병에 걸리는 것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건강을 위해 2년 전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 덕분에 소비자는 과거보다 훨씬 안전한 농산물을 먹게 됐다. 그러나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의 건강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인의 건강은 소비자보다 더 중요하다. 농약을 살포하면서 코, 입, 피부로 직접 농약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농약에 대한 정보는 ‘The Pesticide Manual’을 참고한다. 이 책을 근거로 PLS도 만들어졌다. 이 책을 참고해 감귤 흑점병 방제에 사용하는 다이센의 심각성을 알아보자. ‘흡입독성(Inhalation, LC50)’은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다.

몇 년 전 국회에서는 발암성 농약인 다이센M45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은 베노밀을 조경용 나무에 살포했다고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다이센의 흡입독성은 5.14 p㎜ 농도의 공기에 4시간 동안 쥐가 호흡하면 50%가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국 환경청(USEPA)이 유력한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한 농약이다. 밭작물 흰가루병 방제용 베노밀(상품명 벤레이트)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은 농약이다.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 희석식 미생물을 사용해보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희석식은 25말 통에 미생물을 넣고 물을 부으면 물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탕 한 숟가락을 컵에 녹이면 달지만, 그 설탕물 한 컵을 25말에 희석하면 맹물 맛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자가배양형 미생물로 효과를 본 농가는 많다. 한 병을 1000배로 배양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련동에서 레드향 농사를 짓는 김승림 농가는 자가배양형 미생물 농법으로 화학비료도 줄이고 레드향에 많이 나타나는 해거리도 없앴다.

양배추, 브로콜리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대정 김명관 농가는 농약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뿌리혹병을 자가배양 미생물로 방제했다.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제주 농업인의 건강 문제이다. 농약 때문에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농업인의 의식도 바뀌고 보조금 지원 정책도 새로 다듬어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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