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제주도 전시공간에 관한 비평과 연구의 필요성

[김연주의 문화광장] 제주도 전시공간에 관한 비평과 연구의 필요성
  • 입력 : 2021. 11.16(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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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 세기가 끝날 무렵, 대안공간이라는 낯선 공간이 한국 미술계, 더 정확하게는 서울에 등장했다. 유학을 다녀온 작가들이 유학 시절 외국에서 봤던 대안공간을 우리나라에도 만들었다. 당시 작가들에게는 대안공간이 절실했다. 기존 미술관과 화랑이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경향의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루프를 시작으로 아트스페이스 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등이 문을 열었고, 이 공간들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대안공간에서 활동했던 신진 작가들은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고 한국 미술계는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변했다. 반면 대안공간은 빨리 늙어갔고, 이러한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로 그때 신생공간이 생겨났다. 갤러리 팩토리, 플레이스 막 등이 생겼고, 2013년부터 시청각, 커먼센터, 합정지구 등이 개관하면서 신생공간이라는 용어가 급부상했다. 이들 공간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화랑의 상업성에 반대해 비영리 전시공간임을 내세우는 대안공간과 달리, 신생공간은 이윤을 추구하기도 한다. 상업화랑처럼 작품을 팔기도 하지만, 상품이나 식음료를 팔기도 하고 입장권을 받기도 한다. 공간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로 인해 끊임없는 변이가 이뤄지고 있다.

대안공간이 서울에서는 이미 또 다른 주류로 자리 잡았던 2009년에 제주도에서는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했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위치까지 고려해 봤을 때, 제주도에서는 제도화된 전시 공간에 반대하는 대안공간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대안공간이 없으니 신생공간도 없다. 제주도는 한국 미술계에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2011년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시작한 빈집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유휴공간을 전시장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아트창고, 꿈꾸는 고물상, 재주도 좋아 등은 마을을 기반으로 각자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며 공간을 꾸려갔다. 빈집프로젝트 지원사업은 2014년에 끝났지만, 민간을 중심으로 비어있는 집, 창고 등을 활용하는 전시공간이 제주도에서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또한 없어지고도 있다.

대안공간은 물론이고 신생공간의 비평과 연구가 이미 활발하다. 그렇다면 2000년 이후 제주도 전시공간의 특징을 살펴보고, 활동을 소개하며, 의미를 분석한 비평이나 연구는 있을까? 종종 기사로 개별 전시공간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깊이 있는 비평이나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대안공간이나 신생공간과 달리 한국 미술을 논할 때 제주도 전시공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공간이 사라지만 그 의미도 같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라도 제주도 전시공간의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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