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위정자의 표상

[부희식의 하루를 시작하며] 위정자의 표상
  • 입력 : 2021. 11.17(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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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이 지나면 여명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자연법칙이다. 정치에도 불변의 법칙이 있다. 어느 날 자공이 정치에 대해 공자께 여쭸다. “족식.족병.민신 중 하나를 버린다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병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하자. 자공이 또 여쭈었다. “부득이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둘 중에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식을 버려야 한다”라고 화답한다. 백성들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우리들의 대화 속에서 민무신불립의 정치철학을 발견할 수가 있다.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는 성현의 말씀을 듣고서 어찌 오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작금의 우리 정치판은 믿을 수가 없다. 정치를 한다는 정치꾼들의 말과 약속, 행동을 신뢰할 수가 없으니 장차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같은 문제를 놓고 왜 위정자들은 이 방에서 한 말과 저 방에서 한 말이 다르고, 갑과 을에게 한 말이 달라서야 어떻게 상호 믿고 따라갈 수 있겠는가. 작금의 위정자들이 말은 거짓말에 능수가 난 모양이다.

그 말도 각양각색이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금시초문이다”, “아니면 그만이지”, “그건 농담이라”, “상황이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압권인 말은 모 후보가 제시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초과 이익 환수 게이트다. ‘단군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강변했지만 관련자 3명이 구속됐고 지금도 계속 수사하는 중이다. 고대 희랍이 소피스트들보다 더 유치하고, 치사스런 궤변으로 말을 바꾸는 위정자들을 어찌 믿고 생명과 재산을 맡기며 따라 갈 수 있을까.

우리 정치판에도 새 바람이 불고 새 물결이 흘러 들어와서 권모술수, 공작정치, 언론 플레이, 금전 정치를 몰아내고 씻어내야 한다. 정직하고 선명하고 깨끗한 정치 풍토를 조성해 행정은 행정전문가에게 정치는 지사적인 정치가에게 맡겨야 한다. 지사적인 정치인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진다는 공약을 함부로 남발하지도 않고, 한번 공약한 것은 꼭 지킨다. 여기서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정치꾼들이 형태도 가지가지다. 강패형, 건달형, 협잡형, 무능형 등은 청소해야 할 대상이다.

위정자는 국민에 직업에 학문애를 견지하고 발달적 직무수행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국민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 딸이라고 불렀고, 석가는 일체중생 개유불성이라고 했듯 국민의 모든 것을 사랑과 자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둘째, 직업을 사랑해야 한다. 직업의 수월성, 창의성 등을 살리면서 천직관을 견지하고 언행일치 표리일체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셋째, 학문을 사랑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수준 높은 위정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다양한 연찬을 통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 복리만을 위해 수범적 삶을 본보이며 살아가는 게 소명을 다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부희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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