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슬기로운 귀농생활

[유동형의 한라시론] 슬기로운 귀농생활
  • 입력 : 2021. 11.18(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보자고 10년 전부터 형님이랑 의논한 것이 있어서 시간을 냈다. 고향을 떠난 지 40년 가까이 되다보니 산천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다 바뀌었다. 어릴 적 아시는 분들이 계시기는 한데, 어르신들은 대부분 돌아가셨고, 좀 젊다고 하시는 분들, 50대 이하 분들은 외지에서 많이 이사를 왔다. 외지에서 와 농사를 짓는데 벼농사와 사과농사를 주로 짓고 있었다. 그나마 과수농사가 돈이 돼 선택했다고 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다가 잠시 쉬며 산천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정지한 듯하다. 서울에선 뭔가에 늘 쫓긴다. 가만히 있으면 뭔가 불안하다. 일을 하든, 준비를 하든, 뭔가 해야 좀 마음이 놓인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여유롭다. 한 가지 여유가 없는 것이 있다면 경제적인 면이다. 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다. 면사무소를 가도, 보건소를 가도 어디서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사람 자체가 귀하다보니 다정한 인사로 맞아준다. 여유롭게 살고 싶어 귀농을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이 수입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동안 유행하던 제주살이도 한때 유행으로 끝난 것은 수입원 확보가 어려워서였다. 유튜버 쨍이는 3억원 들여서 딸기농사를 시작했는데, 빚이 늘어가는 현실은 귀농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귀농도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묘목이 유통되는 곳이 옥천이다. 이곳에서 농원을 운영하시면서 판매를 겸하시는 지인이 있는데, 이분은 안정적으로 귀농에 안착했다. 10년 전 큰 의류제조업을 하시다가 묘목유통을 하는 친척의 권유로 부부가 먼저 서울에서 옥천으로 내려와서 묘목재배를 시작했다. 다른 농작물도 그렇지만 묘목도 재배가 문제가 아니라 판로가 문제이다. 그래도 지인이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3년이 되니까 자금을 회전할 여력이 생겼다. 돈이 생기는 만큼 계속 투자해 재배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와 노지 묘목재배지를 늘렸다. 이렇게 하는 동안에 군대를 갔다 온 아들이 묘목유통 쪽에서 5년 정도 경험을 쌓고 난 후 아버지와 합류해 판매점을 내게 됐다. 간간이 아버지를 도왔던 둘째 아들이 합류해 지금은 가족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묘목재배, 첫째아들은 묘목판매, 영업, 자금관리, 둘째아들은 온라인 유통으로 분담하고 있다. 이렇게 안착하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무작정 귀농을 한 것이 아니라 처음에 시작할 때 일어서게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방안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90%이상 중요하다고 본다.

귀농을 원한다면 첫째로 나의 안착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자. 걸음걸이부터 혼자 걸을 수는 없다. 첫걸음을 떼게 해줄 누군가를 찾아보자. 처음에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찾는 것, 그것이 첫째 할 일이다.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76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