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숲이 미래다 13] 5. 가로수 조성·관리 이대로 좋은가 (2)병해충에 사라지는 나무들

[청정제주, 숲이 미래다 13] 5. 가로수 조성·관리 이대로 좋은가 (2)병해충에 사라지는 나무들
제주 기후변화 선단지 위치… 돌발 병해충 위협 증대
  • 입력 : 2021. 11.23(화) 00:00
  • 이윤형 선임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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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심은 신대로 담팔수
병원균 감염돼 수십 그루 싹둑
왕벚나무 등 병해충에 위협
공공·민간부문 수목까지 포함
주기적 실태 점검·관리 필요




이상 기온 등 기후변화는 식물의 개화시기를 비롯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봄꽃이 빨리 피는가 하면 매미 첫 울음소리가 들리는 시기도 빨라졌다. 기상청은 지난 9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 동안의 새로운 계절관측 평년값을 산출한 결과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등 봄꽃의 개화일이 이전 평년값(1981~2010년)보다 1~5일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여름철 매미의 첫 울음소리도 3일 빨라졌다. 반면, 늦가을과 겨울을 나타내는 서리와 얼음의 시작은 각각 3일씩 늦어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계절 변화 양상 등을 보여주는 예다.

24절기 중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역시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이달 3일 발표한 '지난 60년간 제주도 입동의 기상기후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입동날 평균기온은 15.6도, 평균 최고기온은 19.3도, 평균 최저기온은 12.1도로 조사됐다. 과거인 1961년부터 1970년 대비 2011년부터 2020년의 기온 변화 경향을 분석한 결과 평균기온은 3.4도, 평균 최고기온은 2도, 평균 최저기온은 5.9도가 상승했다.

지난 2019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에 심어진 왕벚나무에서 벚나무 빗자루병에 걸린 가지를 잘라내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이상 기온 등 기후 변화는 가로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병해충 발생이 증가하는가 하면 잠재해충의 문제해충화로 갈수록 확산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기후변화의 선단지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외래 및 돌발 병해충 발생에 취약하다. 돌발병해충이란 시기나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돌발적으로 발생해 농작물이나 일부 산림에 피해를 주는 토착 또는 외래 병해충을 말한다.

가로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차량이나 도로 확장 같은 개발행위 뿐만이 아니다. 병해충 등의 영향으로 수십 년 된 제주시 도심의 가로수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제주시 신제주 신대로 750m 구간은 1979년 식재된 담팔수 가로수가 이제는 풍치수로 자라나면서 품격높은 도시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의 담팔수 가로수는 몇 년 전부터 병충해로 인해 수십 그루가 잘려나갔다.

아름드리 풍치수로 자란 신제주 신대로 구간의 담팔수가 병충해로 고사하는 바람에 수십 그루가 잘려 나갔다.

이곳 담팔수는 지난 2016년부터 고사 현상이 처음 발생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다름아닌 파이토플라즈마라는 병원균이었다. 2017년 5월에 고사한 담팔수가 파이토플라즈마 병원균에 감염된 것이 처음 확인됐다. 파이토플라즈마는 식물의 체관에서 증식하여 수분과 양분 이동을 막아 생리적 고사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다. 결국 2016년 8그루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76그루가 잘려나갔다. 전체 123그루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잘려나가고 현재 47그루만 남아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곳만이 아니다. 담팔수 가로수는 제주시 동지역만 해도 20개 노선에 1766그루에 이른다. 읍면을 포함하면 총 1958그루가 가로수로 조성됐다. 이 중 지난해까지 신대로 외 8개 노선에서 217그루를 제거한 상태다. 불과 3~4년 사이 전체 담팔수 가로수의 10% 이상이 감염균으로 제거된 것이다. 제주시는 예방나무주사를 수차례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왕벚나무도 마찬가지다. 제주시의 가로수는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총 29종 약 4만166그루로 파악된다. 이중 왕벚나무는 제주시 전체 가로수종의 29%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심어진 수종이다.

제주시 동지역에선 5·16도로변 제주대 입구에서 견월악까지 구간에 지난 1973년 왕벚나무 식재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아연로와 오라남로 등지로 확대됐다. 읍면 지역에선 지난 1967년 신북로 신촌삼거리에서 대섬 입구 구간에 왕벚나무 68본을 식재한 것을 비롯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심어졌다. 서귀포시의 경우에도 전체 가로수(44개 노선·2만7963그루)의 15%가 왕벚나무다.

그렇지만 왕벚나무 역시 병해충 위협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조천읍 선흘2리에서 산굼부리 교차로로 이어지는 선교로에 심어진 왕벚나무 절반 정도에서 벚나무 빗자루병이 발생한바 있다. 곰팡이균이 병원체인 빗자루병은 아직 완전 방제법이 없다. 지금으로선 병해충에 감염될 경우 병중 부위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벚나무 빗자루병은 제때 방제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가지가 말라죽고 장기적으로 나무가 고사하는 등 피해를 주게 된다.

담팔수를 제거한 구간에 후박나무, 먼나무 등으로 새로이 정비됐다. 사진=제주시 제공

가로수로 심어진 왕벚나무는 병해충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접목 생산된 왕벚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과정에서 무병주 검사를 거치지 않아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벚나무먹무늬재주나방, 팽나무벼룩바구미, 참나무재주나방 등이 돌발 또는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 빈도도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로수를 습격하는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수목 건강진단 및 진료체계를 갖추고, 상시 예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수목까지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원시의 경우는 나무병원 7개소가 참여하는 가로수 건강검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분기별 혹은 수시로 생육상태 등을 점검하고 진단과 처방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예찰활동을 비롯 주기적인 가로수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가로수 생육환경 실태 조사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관리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가로수가 특정 수종으로 지나치게 편중될 경우 병해충 감염과 확산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우려가 있다. 가로수나 도시숲 조성 시 단순림과 혼효림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면서 지역 특색과 수종별 특성을 고려한 조성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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