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예술문화와 생활문화

[김준기의 문화광장] 예술문화와 생활문화
  • 입력 : 2021. 11.30(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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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 Halyu)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OED)이 26개의 한국어 단어를 신규 등록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다. 1884년에 초판을 출간한 이 사전은 11세기부터 지금까지 사용된 60만 여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1976년에 김치, 막걸리 등의 단어를 시작으로 지난 45년 동안 이 사전에 실린 한국어가 총 20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놀라워하고 있다. 신규 등록 단어들을 살펴 보면 스킨십, 파이팅, 콩글리시 등과 같이 영어를 들여와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사용하다가 영어권으로 역수출된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입고, 먹고, 자는 문제, 즉 의식주를 기본으로 하는 생활문화는 한류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이다. 삼겹살, 잡채, 김밥, 만화, 먹방, 반찬, 불고기, 치맥, 동치미, 갈비 등과 같이 음식 문화 관련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음식 문화만이 아니라 한복과 같은 의류 생활문화 단어도 있다. 오빠, 언니, 누나와 같은 호칭이나 애교, 대박 같은 단어들도 생활 문화에서 나온 것들이다. 대다수의 지구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생활의 과정에서 나오는 문화적 요소들이라는 점에 새삼 주목하게 한다.

만화, K-드라마 등과 같은 단어들은 예술문화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K-팝이나 K-시네마 등 한국의 예술콘텐츠들이 일군 문화적 성과들이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들을 보아왔다. 이처럼 한류 현상은 문화로부터 촉발한 것이라는 데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그 내면을 좀 더 섬세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한류 문화의 구성은 생활문화와 예술문화로 크게 나뉜다. 흔히들 하는 말로 ‘문화 예술’이라고 붙여쓰는 무개념의 용어로는 현상은 물론이고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문화는 삶의 총체이고, 예술은 그러한 문화적 관행이나 고정된 가치를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로서 전혀 다른 범주이기 때문이다.

한류문화 현상이 가져다 주는 시사점은 생활과 예술의 관계성을 살피는 일이다. 생활문화는 삶의 방식이나 태도 그 자체다. 그것을 국내외적인 차원에서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예술문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꾸로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콘텐츠들이 생활 정서를 기반으로 나왔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전 지구의 변방 비주류, 한국의 생활문화가 글로벌 컬쳐로 등극하는 시대, 지역화와 전지구화가 공진화하는 상호지역성의 시대에 생활과 예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삶의 서사와 정서로부터 나온 예술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 한류 문화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새삼 확인하는 대목이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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