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코로나 속 설맞이 동백나무에 새해 소원 꽃피우길

[휴플러스] 코로나 속 설맞이 동백나무에 새해 소원 꽃피우길
  • 입력 : 2022. 01.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
1989년에야 ‘본명’ 되찾아
한 해의 첫날로 의미 각별
설 계기 제주에선 잇단 마을제
유교식 포제나 무속 의례 진행
무형문화재 송당리 신과세제
'천 개의 바람꽃' 비대면 행사
제주목 관아선 민속놀이 체험


정월 초하룻날인 설.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 첫날로 우리의 전통 명절이다.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신정'과 '구정'으로 나뉘었지만 1989년 정월 초하루부터 본명인 '설날'을 찾게 되었다. 시대변화에 따라 세시풍속이 퇴색하거나 단절되고 있지만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는 등 새해를 맞는 마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설에 대한 최초의 구체적인 기록은 7세기 중국의 역사서에 나타난다.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했다. 정월은 삼국 모두 각별한 달로 여겼다. 신라와 가야에서는 시조묘에 제사를 올렸고, 특히 신라에서는 정월에 죄수를 사면했다. 고려에 이르러서도 왕은 정월에 국가 세시의례인 천지신과 조상신 제사를 드렸다. 조선시대에도 설은 4대 명절 중 하나로 갖가지 세시풍속이 행해졌다.

제주에서는 설이 있는 정월이 되면 마을에서 유교식 포제나 신과세제를 열어왔다. 이들 마을제는 제주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송당리마을제와 납읍리마을제가 그것이다. 송당리마을제는 '당신앙의 뿌리'로 불리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 벌이는 4개의 정기적 제의를 말한다. 그 중 첫 제의가 정월 13일(양력 2월 13일) 신과세제다. 송당리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에게 문안을 드리고, 1년 동안의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자리다. 납읍리마을제(양력 2월 12일)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석전제를 기본 틀로 거행되는 유교적 의례 방식의 포제로 정월 초정일 마을이 부정해 제를 치르지 못하면 그 다음 중정일 또는 해일에 진행한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무속 마을제에 비해 남성들에 의해 관리되고 남성 유지들이 제관을 담당한다.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설 명절 분위기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제주 곳곳에서 그 의미를 새기는 행사가 열린다. 제한적이나마 민속놀이를 체험하거나 신과세제에 참여할 수 있다.

제주시 도심에 자리한 제주목 관아는 설 연휴 기간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3일 동안 개방하고 무료 관람을 시행한다. 이곳에서는 딱지치기, 제기차기, 투호 등을 즐길 수 있다. 앞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초등생 등의 사전 신청을 받아 '오색찬란한 설날' 주제 체험 키트를 제공하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을제는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전제로 실시된다. 제주시 지역에서는 2월 5일 남성마을에서 시작해 3월 초까지 마을제(포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현재 포제를 계획 중인 제주시 지역의 마을은 약 60개에 이른다. 서귀포시는 27일 기준으로 약 30개 마을에서 포제 봉행 계획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월 3일 하원마을을 시작으로 성산읍, 남원읍, 안덕면, 표선면 등에서 잇따른다.

송당리마을제인 신과세제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제주도민들이 직접 현장에 갈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소원성취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천 개의 바람꽃'으로 이름 붙인 이번 이벤트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소원을 접수한 뒤 그 내용을 동백꽃 모양의 천에 써서 송당본향당 입구 동백나무 길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천 개의 바람꽃'은 2월 13~20일(오전 10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소원 접수는 2017년부터 송당마을제 의식재현 사업을 맡고 있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진선희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7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