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관계자들이 제주지방법원에 직권재심 청구서를 들고 가는 모습. 송은범기자
70여년 전 제주에서 억울한 수형인을 대규모 양산했던 사법당국이 제 손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 서울고검 검사·이하 합동수행단)은 10일 군법회의 수형인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이번 직권재심 청구는 지난해 11월 25일 합동수행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직권재심은 변호사 선임 필요 없이 검찰이 일괄적으로 재심을 청구하기 때문에 변론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수임료 등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직권재심 대상은 대상은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에 열린 군법회의를 받은 2530명인데, 이 가운데 개별 재심으로 억울함을 푼 437명을 제외하면 총 2073명이다.
첫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를 살펴보면 1948년 12월 당시 18살이던 A씨는 중학교 재학 중 경찰에 연행, 군법회의에 의해 내란죄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아 인천형무소에서 복역하다 6·25 이후 행방불명됐다.
B(여)씨는 18살이던 1949년 7월 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아 전주형무소에서 복역하다 6·25 이후 행방불명됐다. 이후 B씨는 1975년 또 다른 행방불명 희생자 C씨와 사후 결혼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D씨는 21살이던 1949년 7월 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아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한국전쟁 이후 행방불명됐다. 공교롭게도 D씨의 형인 E(당시 24세)씨도 함께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는데, E씨는 지난해 3월 제주지법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10일 만난 이제관 단장. 송은범기자
이제관 단장은 "2530명 가운데 인적사항이 특정되고, 관련 자료가 구비된 20명의 수형인에 대해 우선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며 "향후 재심 일정도 20명대로 끊어서 청구할 계획이다. 목표는 2년 안에 모두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530명 가운데 4·3희생자로 인정된 수형인 1931명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희생자 결정이 안된 599명은 자료가 부족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서 군사재판의 위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직권재심이 청구되면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