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역병보다 무서운 '나'병

[신윤경의 건강&생활] 역병보다 무서운 '나'병
  • 입력 : 2022. 02.23(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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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었다. 이 신종 역병의 유행으로 우리는 코와 입을 가린 채 만남을 피하는 기이한 일상을 살아간다. 약 2년 전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이 전세계를 강타하며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1961년 기상학자 E.N. 로렌츠는 이를 예견하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했다. 기상 예측실험을 하던 중 초기 조건의 아주 사소한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함을 관찰했고 이를 나비효과라 명명했다. 이는 '베이징에서의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의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유로 대중에 알려졌다. 지구 한쪽에서의 자연현상 혹은 인간 행동이 상관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공상과학 같은 실험 결과는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범인은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이 외부로 구현된 형태가 세상이므로.

내 마음을 살펴보면 세상이 왜 이 꼴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생명계의 거대한 그물망에 연결되어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마치 독자적 생명체인양 착각했다. 반드시 죽는데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유한하고 무지한 존재이면서 죽음을 잊고 살았다. 더욱이 내가 타인보다 우월하기를, 편리하기를 욕망했다. 쓰레기와 매연으로 땅.바다.대기가 오염되든, 내 편리를 위해 누군가 착취적 노동에 허덕이든, 나 역시 오염된 공기와 물, 화학에 찌든 음식을 먹고 살든, 잠시 불편한 마음이다가 금방 잊었다.

죽음을 망각한 삶은 육체라는 물질 덩어리의 생존일뿐이어서 내면은 공허하다. 내가 남보다 잘나고 싶은 욕구는 나보다 못난 사람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욕망은 인간을 능력, 외모, 재력에 따라 서열화하여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한다. 늘 남과 비교하기에 불안이 기본 정서이고, 잠시 우월의 기쁨을 누리나 훨씬 자주 열등의 고통에 시달린다. 수시로 찾아오는 허무와 외로움을 음식, 옷, 여행, 미디어 몰입으로 달랜다.

이런 우리 마음이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니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을 먹고 '실제'에 깨어나듯 새롭게 눈떠야 한다. 전체 생명의 흐름에 연결된 존재임을 각성해 내가 더 잘나고 더 편하고 싶은 '나'병을 치유해야 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유구한 세월 끊임없던 폭력과 전쟁, 요즘 미디어에 넘쳐나는 영상들을 보라고. 인간 본성에 '내가 더'의 욕망과 폭력성이 내재한다고.

하지만 이는 마음을 이미 결정된 것이라 오해한 해석이다. 마음은 진화한다. 그렇다 해도 마음이 마음대로 바뀌냐고?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메타인지의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리고 제대로 알면 변한다. 약 십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인간은 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우리의 각성을 촉구한다. 변하지 않으면 더한 놈이 온다. 우리 마음을 이기주의와 경쟁에서 공존과 공생으로 전환할 때다. (※이 글에서 '나'병은 한센병이 아니라 지나친 나 중심성을 질병으로 명명한 것.)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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