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청 건축과장으로 일하며 새내기 공직자를 맞이할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유의는 조선시대 정조 때 사람으로 한 고을을 다스리는 직책에 있었다. 한 번은 정약용이 유의에게 편지를 올려 공무를 의논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후에 유의가 다스리는 고을인 홍주에 가게 되자 어찌하여 답장을 주지 않은 것인지 물었다. 유의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홍주의 목사로 있으면서 단 한 번도 편지를 뜯어 본 적이 없네."
그리고는 하인을 시켜 편지통을 가져와 정약용에게 보였다. 정약용이 보니 과연 모든 편지가 하나도 개봉되지 않은 상태로 들어있었다. 잘 살펴보니 모두가 조정의 고관대작들이 보낸 것이었다. 정약용은 이러한 편지들은 물론 뜯어보지 않는다지만 나의 편지는 공무와 관련된 것인데도 뜯어 보지 않았느냐 말했다. 유의는 공문을 보내면 될 것이지 왜 사사로이 편지로 보냈느냐 답하였다. 정약용이 그 일은 비밀에 속한 것이기에 조심한 것이라 하자 유의는 정약용을 나무라며 말했다.
"그렇다면 비밀히 공문으로 보내면 될 것이 아닌가."
청렴을 실천하는 것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맞춰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고 한명 한명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면 된다. 이러한 노력이 시민과의 신뢰를 쌓는 일이라 믿으며 오늘도 서귀포시 건축과는 각자의 청렴방법을 실천하는 20여명의 유의가 일하고 있다. <오문정 서귀포시 건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