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제주 4.3, 이젠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시대정신으로

[정구철의 월요논단] 제주 4.3, 이젠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시대정신으로
  • 입력 : 2022. 04.18(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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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제주 4.3이 74주년을 맞았다. 제주의 4월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들로 아름답지만 제주민들에게는 침울함과 소리없는 울음들이 녹아있는 비통하고 쓸쓸한 계절이다. 국가 권력에 의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적인 사건이었음에도 제주 4.3은 금기어가 된 채로 오랜 기간 숨죽여야 했다.

그동안 희생자 가족들과 관련 단체, 행정에서 억울함과 명예회복을 위한 투쟁과 노력으로 명예회복과 국가적 차원의 배.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방 공휴일과 국가 추념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오랜 시간 음지에 묻혀 있도록 강제됐던 제주 4.3이 국가적 반성의 과정을 거치며 혹독했던 참상과 희생자 가족들의 핍박과 고통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4.3을 맺힌 원한을 풀어내는 해원의 단계에 그치지 말고 화해를 위한 시대정신으로 치환을 모색할 때인듯하다. 내적으로는 여전히 묻혀있는 부분들을 발굴하고 외적으로는 4.3의 해원 이후 용서와 화해 그리고 반복돼선 안 될 교훈으로 삼기 위한 발전적 대안을 찾아 현대사의 어두운 단편으로만 기억하지 말고 새로운 정신으로 승화시킴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에서는 4.3을 평화와 인권교육으로 다루고 있으나 한 단계 발전시켜 다른 지방 교육에도 파급되도록 학습모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제주관광협회가 운영중인 4·3 다크 투어(인간의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삶의 교훈을 얻어낼 수 있는 현장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 프로그램도 4.3의 참상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고 4.3의 편린을 다룬 다수의 영화, 문학 작품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머물지 말고 한 단계 승화시켜야 할 시대적 책임을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피해의식을 넘어 세계 속에 교훈 삼고 유사한 슬픔있는 지역들과 연대해 서로 위로하고 한을 풀어낼 수 있는 거대한 해원 축제를 주도함이 바람직하다. 세계 속 산재돼 있는 피해 지역들이 과거 피해 콤플렉스를 벗어나 맺힌 한을 치유하고 차세대에 교훈 삼을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서 스포츠 이벤트는 뉴 노멀시대에 맞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4.3을 지구상 있었던 많은 사건 중 하나로 박제화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서 보편화된 공통된 몸짓 예술인 스포츠 이벤트를 4월에 주관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박해 지역의 참상을 고발해 국제 사회의 관심을 일으키고 해당 지역의 눈물을 닦아주고 화해.평화를 리드하자는 것이다.

이미 우리의 문화와 경제 수준은 과거와 달리 세계 정상급이다.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는 의식에 머물러선 안된다. 선진국의 정신문화는 세계화가 쉽다. 세계 선진국가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제주 4.3의 세계화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정구철 제주국제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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