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와 왕벚나무의 '남다른 인연'… 정부 역할 관심

한덕수 총리와 왕벚나무의 '남다른 인연'… 정부 역할 관심
2011년 美 수도 워싱턴D.C. 아메리칸대에 '한국정원' 조성
한 총리, 주미대사로 기념식수… 임명 첫해부터 적극 지원도
기념식 당시 인사말 통해 '한미 관계 강화' 기대감도 내비쳐
  • 입력 : 2022. 05.23(월) 11:04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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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한덕수 총리가 오늘(23일) 취임한 가운데 한 총리와 '왕벚나무'의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에서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찾자는 목소리가 시작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 인연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자리한 아메리칸대학교(AU)의 '한국정원'과 맞닿아 있다. 한국정원이 조성된 2011년 당시 한덕수 총리는 주미국 대한민국 대사(이하 주미대사)를 지내고 있었다. 같은 해 4월 이 대학에서 열린 한국정원 조성 기념식에서 한 총리는 그 자격으로 국립산림과학원장, 아메리칸대학 총장 등과 함께 기념 식수를 했다.

단순히 자리를 채운 참석이 아니었다. 한 총리는 한국정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벚나무와의 인연은 주미대사로 임명된 첫 해인 2009년부터 이어졌다. 이는 '한국정원 프로젝트'가 힘을 받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한국정원의 모태는 왕벚나무다. 아메리칸대 교정에는 한국정원이 조성되기 68년 전부터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 세워진 '한국벚나무'(Korean Cherry Trees)' 표석에는 '1943년 4월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던 이승만 박사가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던 아메리칸대 폴 더글러스 총장과 함께 한국 독립을 원하는 지성인의 의지를 담아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워싱턴시 포토맥 강변에는 왕벚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20세기 초 도쿄시장이 기증해 심은 것이라 해 '재패니스 체리트리'로 불렸다고 한다. 이에 이승만 박사가 왕벚나무 원산지는 한국이라며 미국 내무부에 '코리언 체리'로 바꿀 것으로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정원의 시작이었다.

아메리칸대 루이스 굿맨 국제관계대학장이 나섰다. '한국벚나무'를 시작으로 한국식 정원을 만들면 벚나무는 모두 일본산이라는 미국인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며 한국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 소식은 2008년 미국 농림부 산하 농업연구소 유전자원연구실에서 근무하던 재미 한국인 식물학자 정은주 박사와 왕벚나무 전문가인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박사에게 전해졌다. 이들은 DNA 분석 등을 통해 이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것을 확인했다.

2011년 4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원 조성 기념식에서 아메리칸대학교와 주미한국대사관, 국립산림과학원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당시 주미대사이던 한덕수 국무총리. 한라일보 DB



주미대사이던 한 총리에게도 이러한 사실이 전해졌다. 감찬수 박사는 2009년 3월 미국 현지를 방문해 한 총리와 굿맨 학장을 만나 왕벚나무 원산지 증거 자료 등을 보여줬다. 이때부터 한국정원 조성이 큰 힘을 받기 시작했다. 아메리칸대의 지원 요청을 받은 한 총리는 워싱턴 한국문화원과 함께 제주도에 접촉했다. 제주도는 한국정원에서 제주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돌하르방 두 쌍과 정낭 세쌍을 보냈다.

한국정원은 왕벚나무를 비롯한 제주산 나무와 풀로 채워졌다. 1단계로 왕벚나무와 무궁화, 한라산 구상나무, 진달래, 산철쭉 등 목본 31종 233그루, 제주상사화 등 초본 11종 300여 그루를 포함해 모두 42종, 530여 그루가 심어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 관계 강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한 총리는 한국정원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70년 가까이 전에 왕벚나무가 처음 심어진 뒤 한미 관계는 정부 차원 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 학계 등에서 엄청나게 강화됐다"며 한국정원이 앞으로도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 총리와 왕벚나무의 남다른 인연이 다시 조명되면서 반복되는 왕벚나무 기원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20일 서귀포시산림조합 대회의실에서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와 서귀포봄맞이축제조직위가 주관한 '왕벚나무 생물주권 찾기 전문가포럼'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강시영 사단법인 제주환경문화원장은 "한 총리는 2011년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칸대에 왕벚나무를 모태로 한 한국정원을 조성할 당시 주미대사로서 기념식수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며 "(왕벚나무 기원 논란 등에)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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