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당찬 맛집 - 돌하르방식당] 자리물회, 옛날 먹던 맛 그대로

[다시 보는 당찬 맛집 - 돌하르방식당] 자리물회, 옛날 먹던 맛 그대로
20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맛 유지
된장맛 기본의 자리물회 선보여
매일 아침 포구에서 자리돔 공수
  • 입력 : 2022. 05.30(월) 16:41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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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보목포구에 위치한 '돌하르방식당'의 자리물회. 한라일보 DB

'물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여름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고 했던가. '자리물회'는 제주 사람들의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자리돔은 이미 제철을 맞았다. 예부터 제주에선 보리가 익을 무렵인 5월에 자리돔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구이나 회, 젓갈로 즐겨도 좋지만 여름하면 시원한 자리물회 한 그릇이 먼저 떠오른다.

제주에서도 서귀포 보목마을과 모슬포가 자리돔으로 유명하다. 그 중 물살이 잔잔한 보목 앞바다에서 잡힌 자리돔은 뼈와 가시가 연해 물회로 먹기 좋다. 그런 만큼 자리물회를 내놓는 식당도 많다. 보목포구에 자리한 '돌하르방식당'도 그 중 하나다.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옛 맛'을 볼 수 있다는 거다. 한동실·정미숙 부부는 된장 맛을 살린 제주 자리물회 맛을 20년 가까이 잇고 있다. 된장을 푼 자리물회에 익숙치 않은 관광객 입맛에 맞춰 고추장을 넣어 맛에 변화를 주는 식당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옛날에 먹던 '그 맛'을 손님상에 올린다.

돌하르방식당을 운영하는 정미숙(왼쪽), 한동실 부부. 한라일보 DB



한결 같은 맛 때문일까. 한라일보 당찬 맛집에 소개됐던 2011년보다 손님이 배 이상으로 늘었단다. 정미숙 사장은 "옛날, 그 맛대로 할 뿐 달라진 건 없다"며 "요즘엔 관광객들도 된장을 기본으로 한 자리물회가 깔끔하니 더 맛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리돔은 생물만 고집한다. 한치물회에 들어가는 한치는 냉동과 생물을 모두 쓰지만 자리돔 만큼은 매일 아침 보목포구로 들어오는 배에서 직접 공수한다. 맛의 신선함은 물론 제철 식재료를 쓰는 옛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뼈가 연한 보목 자리돔에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지면 돌하르방식당만의 자리물회가 완성된다. 양념이라고 해봐야 된장, 마늘, 생강, 고춧가루, 깨소금 등으로 간단하지만 그 맛은 향긋하면서도 구수하다.

주인장 한동실 씨에겐 자리돔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 장면은 고동 소리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배를 타셨던 아버지가 자리를 많이 '뜨면'(잡으면) '부웅'하는 고동소리와 함께 배가 들어왔어요. 그러면 포구로 신나게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운반선이 생겨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됐죠." 고동소리의 추억은 되살릴 수 없지만 예부터 먹던 자리물회의 맛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돌하르방식당은 섶섬이 한눈에 보이는 보목포구에 자리하고 있다. 주소는 제주 서귀포시 보목포로 53. 여름철 대표 메뉴인 자리물회는 1만2000원, 한치물회는 냉동 1만2000원·생물 1만5000원이다. 문의 0507-1373-9288.

돌하르방식당의 자리물회 요리 순서. 한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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