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 농가의 여름 날씨는 '훨씬 더 뜨겁다'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 농가의 여름 날씨는 '훨씬 더 뜨겁다'
  • 입력 : 2022. 06.01(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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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꽃이 상큼한 것을 보니 초여름이다. 다산 정약용의 시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에는 '비 갠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 보리 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 들 언덕엔 초록이 무색해졌네'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그러나 제주의 농업인들에게는 벌써부터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뜨거운 여름의 시작일 뿐이다.

젊은 인력이 떠난 빈자리를 외국인노동자가 채우더니 코로나19가 또 비워 놓았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기후 변화도 심상치 않다. 한때 대학나무라 불리던 노지 감귤이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나마 돈이 되는 하우스 시설 농가는 기름값 인상이다 뭐다 해서 울상이다. 더군다나 농산물 대부분이 해상물류라 타지역 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난다. 지구 온난화로 제주 경제를 책임지던 감귤이 이제 더이상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아열대 과일로 대체하기에는 대부분인 소규모 자영 농가 입장에서는 그 역량이 턱없이 모자라다. 여기에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까지 가세해 올여름 태풍의 위력은 '훨씬 더 뜨겁게' 7만5000명 남짓한 제주 농업인들의 가슴을 애태우며 숨통을 조여온다.

이에 제주도농업인단체연합은 지난 달 숙의 토론을 거쳐 제주도 농업 정책에 관한 다섯 개 안을 도출해 새 도지사 후보들에게 건넸다.

그 제안은 '도지사 직속 농축산분야별 관리위원회 구성 및 조례 제정(현장 이야기 청취 후 취합한 후, 실질적 정책 발굴 및 반영운영 등)' '협치 농정체제 구축을 위한 민간 역량 강화 지원(농민, 생산자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예산 마련 및 농정발굴 상생협의체 구성)' '농가소득 안정화를 위한 해상물류비 실질적인 지원'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조성(농민수당 직불제 도입, 외국 농업인 인건비 지원, 농가 브랜드 개발 지원 등)' '농산물 가격안정제 실시'로 대부분 현장 농업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따라 오영훈 후보는 '현재 운영 중인 감귤출하연합회를 제주농산물출하연합회로 전면 개편한 후 품목별 생산자조직과 행정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 '인력난해결센터 설립',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과 '제주 농산물 해상운송비 국비 지원', '식품가공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허향진 후보는 '농산물 해상 운송비 지원', '농민수당 70만원' 등을, 부순정 후보는 '초생재배 농가에 대한 기후 수당 지급', '휴경지 보상 현실화' 등을, 박찬식 후보는 '친환경 유기농과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을 약속했다.

이 숙의 토론이 테이블 진행을 거쳐 공약이 되기까지 과정은 필자로 하여금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 받지 못 한다"는 독일의 법학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매번 농업 정책 제안을 해 봐도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더라'던 민주(民主)에 미숙한 농업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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