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는 인구수에 비해 전통적으로 축구실력만큼은 나름 전국 상위권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과거 김희천 부터 최진철, 홍정호, 지동원, 임창우 등 많은 국가대표들을 배출했다. 여자축구대표팀에 주전 붙박이 수비수 임선주(인천제철)가 활약하고 있다. 제주서초와 제주선발 여초등부 등은 이미 전국 최강의 자리에 선 경험이 있다. 최근까지 그 위세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해 프로팀에 입단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축구인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K1 또는 K2리그 프로팀에 입단할 가능성은 0.8% 정도라고 한다. 대학과 고교 졸업 선수들 약 2600~2700명 중 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100여 명 만이 프로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3.8%가량인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프로에 진출할 확률은 0.8%이다. 태극마크를 다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그 이상이다.
때문에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 제2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축구를 하고 싶어도 팀이 없어서 그만 둬야 한다. 지도자 입문 역시 하늘의 별따기인 실정이다.
제주지역에도 초등학교때 부터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상급학교로 진학한 플레이어들이 적잖다. 그러나 상당수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있다. 다른 지방의 대학, 아마추어 팀에서 뛰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K리그가 활성화하면서 하부리그의 중요성이 부각돼 팀 창단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엔 충북 청주시를 연고로 한 K리그 24번째 팀인 FC청주가 창단돼 내년 시즌부터 참가하게 된다. 이로써 K리그는 17개 시도 전체에서 운영되게 됐다. 그만큼 선수 확보도 필요로 한게 된 것이다.
여건이 성숙해지면서 제주도축구협회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윤일 도축구협회장은 '빅픽쳐'를 그리고 있다. 2021년 취임한 윤 회장은 축구인 출신으로 회장을 맡기전 부터 하부리그 팀 창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창단을 계획했다. 그리고 회장 취임 이후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6일 성황리에 끝난 제6회 제주도축구협회장기 전도축구대회에서도 팀 창단의 당위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회엔 연령대별로 50여 개 동호인 팀이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도민구단 형태의 축구팀을 통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외적인 홍보효과를 감안할 경우 무턱대고 손사래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론도 작용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결정이다. 팀 창단의 키를 제주도가 갖고 있어서다. 제주도축구협회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취임과 함께 빠른 시일내에 팀 창단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방침이다. 오 지사가 팀 창단에 대해 보고를 받고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 팀 운영에 따른 연간 10억원 이상의 예산 확보와 선수 수급 등 선결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축구인들의 염원이 실현되기 위해선 지역내 여론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역내 공감대 형성 역시 축구협회 등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주지역 K4리그 팀 창단을 위한 휘슬이 불려질 지 축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윤일 회장은 "K4 구단 창단은 제주도 축구인들의 염원이다. 모든 역량 결집과 함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완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