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4)구좌읍 한동·성산읍 난산리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4)구좌읍 한동·성산읍 난산리
폭우때마다 지역 수해 반복… 인공 숨골 만들어 피해 감경
  • 입력 : 2022. 07.05(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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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층 토양 비옥도 낮아 당근·콩·감자 등 경작
농경지 침수 대비 물빠짐 좋은 곳마다 숨골 조성
난산리 저류지 공사 예정지 대형 숨골 존재 확인
숨골 밑에 동굴 존재 가능성 있어 정밀 조사 필요




[한라일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토양은 흑색 화산회토(토색에 따른 분류)로 투수성이 좋은 스코리아(송이)층이 일부 포함돼 있다.

흑색 화산회토는 단위 면적당 토양이 적지만 반면 많은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다. 투수 속도가 빠르고 농약 흡착 능력은 크다. 흑색 화산회토는 용적 밀도가 매우 낮다. 제주도 말로 '뜬 땅'이라고 한다.

'뜬 땅'의 반대는 '관 땅'이다. '관 땅'은 도내 해안 쪽에 분포해 있다. 점토질이 있는 '관 땅'은 육지부 토양과 성질이 비슷한 암갈색 화산회토이다.

둔지봉 서쪽으로 약 650m 지점에 있는 대형 숨골.

토양에 스코리아층이 두터우면 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양 비옥도가 낮기 때문에 한동리 주민들은 주로 당근이나 콩, 무, 감자 등을 경작하고 있다.

구좌지역은 서부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다. 2019년 9월 2일 가을장마 당시 270㎜의 폭우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수 속도가 빠른 송이층으로 이뤄진 토양이지만 장마철 집중 호우시에는 이곳 역시 농경지 침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주민들은 농경지에 숨골을 조성해 침수 피해를 줄이고 있다.

성산읍 난산리 저류지 공사 예정지에 있는 숨골.

말굽형 화구를 가진 둔지봉(높이 282.2m)인근 저지대 농경지마다 물 빠짐을 위한 배수로를 만들고 숨골을 조성했다.

둔지봉의 '둔지'는 제주 방언으로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을 일컫는 말로, 소나 말이 많이 모여 떼를 이룬 것을 '둔짓다'라고 한다. 즉 주변에 둔지(용암암설류 등)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둔지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약 650m 떨어진 농경지(3200평) 한가운데 직경 10m 정도의 대형 숨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농경지에는 며칠 전 내린 비가 숨골로 흘러 들어간 물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둔지봉 인근 도로변에 있는 함몰지.

숨골 가장자리에는 뿌리를 반쯤 드러낸 편백나무가 힘겹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숨골 내부는 빗물과 같이 유입된 얇은 점토질의 토양이 채워져 있었다.

토지주 김성철씨는 "밭이 주변 지형보다 낮은 곳에 있어 폭우때 주변 빗물이 우리 밭으로 내려와 물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아주 오래전에 숨골을 조성했다"면서 "매년 주기적으로 포클레인을 이용해 숨골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이 송이층이다 보니 폭우때 숨골에 가득한 빗물은 하루 정도면 모두 땅속으로 들어간다"면서 "감자와 콩 농사하고 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밭에 물길 등이 생기면서 상당한 피해를 보는데 보험 처리 등으로 손실을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둔지봉 인근 농경지에 조성된 인공 숨골.

지난 6월 17일 탐사팀은 이 대형 숨골 주변에서 5개의 인공 숨골과 1개의 자연 숨골을 확인했다.

탐사에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한동, 다랑쉬오름 주변과 하류는 구좌 곶자왈 지대로서(상도곶) 동거문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토양층 위를 덮고 있다. 용암만 살짝 거둬내고 농사를 짓고 있는 구조이다. 이곳 스코리아층 밑은 암반으로 돼 있는데 빗물이 암반의 절리(틈)를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인공숨골을 만든 곳을 보면 그냥 조성한 곳도 있지만 원래 물이 빠지는 자연 숨골을 넓혀서 물이 고이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리 인근에 있는 성산읍 난산리 2520번지 저류지 공사 예정지에도 숨골이 있다. 동서길이는 약 3m, 남북길이는 5m 정도.

주민들이 폭우 때 빗물이 이 숨골을 통해 곧바로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곳의 토양층은 당갈색 화산회토로 지하에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정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둔지봉 인근 농경지에 조성된 인공 숨골.

강순석 소장은 "난산리 저류지 공사 예정지에서 발견된 숨골 주변에는 모구리 오름, 유건에 오름, 나시리 오름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숨골은 나시리오름 방향에서 흘러나온 용암류일 가능성이 높고, 숨골 안으로는 용암 동굴이 형성돼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곳 암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숨골 주변 암석에서는 장석이 많은 현무암이 발견됐다. 화산암에 기본적인 광물이 있는데,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장석이다. 동시대에 화산이 폭발했으면 암석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당시 제주는 동시다발적으로 화산이 폭발하다 보니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대로·이태윤 기자

<이 기사는 지역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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