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까지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약 23여년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밥상물가는 물론 연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름값에 전기료·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도민들의 체감경기가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5일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5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4% 올랐다. 이는 1998년 10월(7.6%) 이후 23년 8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전국평균 상승률(6.0%)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내 물가상승 속도도 갈수록 가팔라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대에서 3월 5.1%, 4월 5.5%, 5월 6.3%에서 7월엔 7%대로 뛰어올랐다.
품목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5.6% 상승했다. 돼지고기(27.7%), 국산 쇠고기(3.5%), 수입쇠고기(15.1%), 수박(24.2%), 포도(16.3%), 감자(69.1%), 고등어(8.1%), 갈치(7.4%) 등이 오름세를 이끌었다.
공업제품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11.5% 올랐다. 경유(56.7%), 휘발유(34.1%), 등유(84.0%), 취사용LPG(25.4%) 등 기름값이 급등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8.4% 올랐다.
서비스제품은 4.8% 상승했는데 국제항공료(21.4%), 하수도료(8.7%)가 올랐다. 개인서비스요금은 보험서비스료(14.8%), 쇠고기(외식:7.2%)가 오름폭이 컸다.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된 6월 도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3% 올라 2008년 7월(9.1%)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최근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국보다 높은 것은 내국인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제주지역 특성상 가중치가 높은 휘발유 등 석유류와 축산물, 개인서비스 품목에 대한 수요도 늘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좀 더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물가 상황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이달 13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하게 되고, '빚투(빚내서 투자)'족 등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