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10·끝)마을의 미래

[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10·끝)마을의 미래
숙의하고 풀어내며 경험 쌓는 제주 마을 성장 지원을
리·통 '자기결정권' 구체적 실현되는 최소 행정단위
'풍요롭고 복된 마을' 만드는 주체는 다름 아닌 마을
  • 입력 : 2022. 07.18(월) 18:5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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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부 지역에 있는 군산오름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한라일보] 2012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가 있다. 제주도의 지역별 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지역 간 특성 있고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조례다. 여기에는 제주도를 4개 권역으로 묶어 해당 균형발전방안과 추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4개 권역은 제주시 동(洞) 권역, 서귀포시 동 권역, 조천읍·구좌읍·성산읍·남원읍·표선면·우도면의 제주 동부권역, 애월읍·한림읍·한경면·대정읍·안덕면·추자면의 제주 서부권역을 일컫는다. 해당 조례는 이들 권역에 대해 사회복지·보건의료, 환경·도시·교통, 문화·관광, 산업경제, 교육 등 분야별 추진전략을 세우도록 했다. 자치도 출범으로 시·군이 통합되면서 이름이 지워진 지역들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자치법규이지만 실은 그보다 더 촘촘하게 분포한 마을들까지 그 발길이 닿아야 한다.

제주시는 흔히 7개 읍·면, 19개동, 96개 행정리로 나뉜다. 행정에서 제시하는 구역이지만 2021년 7월 1일 기준 제주시의 현황을 보면 그것 말고도 더 있다. 40개 법정동, 84개 법정리, 507개통, 4294개반, 396개 자연마을 등 읍·면·동과 리의 범위에 포개지는 곳이지만 저마다 탄생의 사연을 지닌 채 축소되거나 확장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어떤 지역에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시설들을 세우거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업을 추진할 때면 마을 여론이 움직인다. 마을에서는 선출된 대표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쏟아낸 의견들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찬성이든, 반대든 마을의 결정은 해당 지역은 물론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근래 제주에서 벌어지는 여러 개발 행위를 둘러싼 이해 충돌의 현장에서 그 같은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기실 행정리는 "자연마을을 기준으로 하되 행정능률과 주민편의"(제주도 리·통, 반 설치 조례)로 정해진 것이다. 그에 따라 하나의 법정리를 2개 이상의 행정리로 하거나, 2개 이상의 법정리를 하나의 행정리로 운영할 수 있다. 행정리로 경계만 나눠졌을 뿐 마을은 나 홀로 존재하지 않고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 한 마을의 결정은 또 다른 마을의 앞날을 흔들 수 있다.

제주연구원에서 2020년 11월 펴낸 '제주지역 마을운영규약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주제 연구보고서(현혜경·라해문)에는 제주도민 대상 '제주형 마을운영규약 기준안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내용이 실렸다. 설문 중 하나가 "마을의 주요 의사결정에 여성, 청소년, 이주민 등 개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권을 1인 1표제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헌법에는 선거권이 1인 1표로 명시됐지만 마을운영규약의 주류는 여전히 세대당 1표이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마을 주민의 69.2%는 "1인 1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마을의 주요 의사결정을 "마을총회에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76.2%로 다수로 나타났다.

'자기결정권'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최소 행정 단위는 리와 통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 속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찾아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마을공동체다. 선대로부터 삶을 이어온 그 마을이 오래도록 남아있으려면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숙의를 통해 풀어내고 경험을 쌓아가며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이 자리 잡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주시 서부 지역 어느 행정리의 '향약'처럼 "풍요롭고 복된 마을"을 달성할 주체는 다름 아닌 그 마을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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