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시설 예상도. 이랜드건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라일보] 국내 대기업인 이랜드그룹이 제주 중산간에서 추진하는 5000억원 규모 관광개발사업이 무산 수순을 밟는다.
이랜드 측이 공사 재개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않자 제주도가 개발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1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지난 11일 주식회사 이랜드테마파크제주에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의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취소하기 위해 청문을 진행하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이랜드테마파크제주는 대기업인 이랜드그룹이 2012년 11월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로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시행사다.
청문은 내달 열릴 예정으로, 사업자 측이 청문에 응하지 않거나 청문에 출석해도 납득할만한 소명을 하지 못한다면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개발사업시행 승인이 취소되면 기존 계획대로는 사업을 재개할 수 없고 이랜드 측잋그동안 받은 각종 인허가 효력도 상실한다.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 58만 7726㎡ 부지에 이랜드 측이 4934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휴앙콘도미니엄과 호텔, 한옥리조트 등 579실 규모 숙박시설과 테마공원, 케이팝 공연장, 한국문화체험마을을 조성하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축토지(공유지)를 내놓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전체 사업 부지 중 약 20%인 11여만㎡가 도 소유 공유지다. 그러나 사업 부지가 해발고도 400m 중산간에 위치해 있고, 공공자산인 공유지가 포함돼 난개발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논란 속에도 이랜드 측은 2018년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얻어 이듬해 첫 삽을 뜨는데 성공했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이랜드 측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지난 2023년 심의를 거쳐 개발 기간을 5년 더 연장 받았는데도 이듬해 8월 갑자기 공사를 1년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부지 평탄화와 저류지,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 시설 조성은 끝냈지만 짓는 도중 중단된 콘도를 비롯해 사업의 핵심인 대다수 휴양, 숙박, 문화 시설 공사는 시작도 못한채 공정률 41%에서 멈춰섰다. 당시 이랜드 측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제주도가 허용한 공사 중단 기간이 만료했지만 이랜드 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랜드 측은 올해 8월엔 공사를 재개하겠다며 2차 시한을 제시했다.
두번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2차 시한 만료가 임박한 지난 7월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않자 이랜드 측에 공사를 다시 시작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이번에도 공사 중단 기간을 연장해달고 요구했고, 제주도는 거듭된 약속 파기에 더 이상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도 관계자는 "개발사업심의위와 함께 특별 점검을 진행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가 확정되면 이랜드 측은 그동안 개발 부지로 사용한 공유지를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가 다가올 청문에서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랜드테마파크제주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모기업으로부터 430여억원을 차입했다.
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이뤄진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약속을 계속 지키지 못한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더 이상 공사 중단 연장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보는 이랜드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부지에 속해 그동안 개발 용도로 활용된 공유지는 여전히 도 소유로 남아 있다. 도가 '먹튀' 논란을 의식해 공정률 70% 이상이어야 공유지를 매각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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