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남조로∼사려니숲길∼삼나무숲길∼옛 집터∼삼나무숲길∼4·3주둔소∼숲길∼가친오름∼사려니숲길∼붉은오름∼남조로

[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남조로∼사려니숲길∼삼나무숲길∼옛 집터∼삼나무숲길∼4·3주둔소∼숲길∼가친오름∼사려니숲길∼붉은오름∼남조로
잇고 끊긴 삼나무숲길서 수줍은 들꽃과 만나다
  • 입력 : 2022. 08.23(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려니 숲길 일대 삼나무 숲길은 마치 푹신한 레드카펫처럼 깔아 놓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양영태 작가

소나기의 심술이 또다른 정취 선사
조상들 살았던 흔적 직접 보고 느껴
야생화·버섯 등 다양한 볼거리는 덤




[한라일보] 나뭇잎에 앉아있던 물방울이 스치는 바람결에 손을 놓친다. 무심결에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멀리 달아난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숲길은 상쾌하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거나,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거나, 비가 헤집고 지나가도 숲은 우리에게 다정하다. 삼나무 벗 삼아 걷는 길은 레드카펫 위를 걷는 것 못지않다. 하지만 그저 앞만 보고 걸으면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나무에 피거나 풀숲 속에 숨어 있는 자그만 꽃들을 찾아 이름을 불러주고, 버섯과도 인사를 나누며 걸으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지난 12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차 행사의 코스는 남조로의 사려니숲길을 시작으로 가친오름과 붉은오름을 거쳐 다시 남조로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사려니숲길을 가다 삼나무숲을 지나 옛 집터와 4·3주둔소를 거쳐 가친오름을 오른 뒤 다시 삼나무숲길을 거쳐 붉은오름을 오른다. 붉은오름을 내리면 사려니숲길을 만나고 그 길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번 투어 역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이어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뽕나무버섯붙이

사려니숲길에는 누리장나무가 한창 꽃을 피웠다. 나무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해서 누리장나무다. 봄에는 근처에만 가도 냄새가 나지만 꽃이 한창인 요즘은 향긋한 백합 향이 난다. 냄새가 독하다는 선입견에 꽃피는 시절에도 외면당하니 나무는 억울하다. 사려니숲길을 살짝 벗어나면 가친오름으로 향하는 숲길과 만난다. 길은 삼나무숲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이어진다. 그곳에 예전에 집을 짓고 담을 쌓았던 집터 흔적이 남아 있다. 집터를 지나니 소나기가 내린다. 그냥 걷기에는 다소 양이 많아 서둘러 비옷을 꺼내 두른다. 길을 돌아 가친오름을 향해 발길을 계속하니 비는 한층 잦아들었다. 오름 남쪽 기슭에 4·3주둔소 터로 보이는 석성 구조물이 있다. 외곽으로 성을 쌓았고 그 끝에 경비를 위한 망루의 흔적이 있다. 안에는 거처 공간의 흔적들도 보인다. 보존상태가 양호하지 않고 안내판도 없어 주둔소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구조는 주둔소이다.

계요동

가친오름은 물찻오름 남동쪽에 있는 나지막한 오름이다. '가친'은 '가치다'의 관형사형이고, 표준어 '가두다' 또는 '갇히다'에 대응하는 제주어 중 하나다. 오름의 동쪽과 서쪽에 작은 내가 있는데 이 내가 오름을 갇히게 했다고 가친오름이다. 숲길에는 간간이 꽃들이 숨어 있다. 맥문동의 보라색 꽃이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다. 사철란은 아직 때가 이르다. 꽃봉오리만 쫑긋하다. 무환자나무는 벌써 열매가 익어간다. 생명을 다한 나무는 버섯에 몸을 넘긴다. 가친오름 정상을 넘어 능선을 따라 다시 삼나무숲길로 돌아섰다. 사려니숲길과 만나 조금 가다 붉은오름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합송편버섯

누리장나무

붉은오름은 오름이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화산 송이가 깔려 있어 붉게 보인다. 물론 오름에 나무들이 없을 때의 얘기다. 등산로 계단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면 정상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사방으로 보이는 풍광은 구름의 방해로 포기한다. 물 한 모금 먹고 산바람에 땀 식히니 그래도 힐링이다. 산책로는 정상 능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돌게 되어 있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힘겹게 나무를 기어오르는 달팽이와 그 아래 떨어진 방울꽃을 벗 삼아 산책로를 반쯤 돌면 사려니숲길로 내려서는 길을 만난다. 오름을 내려 바닥 가득 양하로 덮여 있는 삼나무숲을 지나면 사려니숲길과 다시 만난다. 예전에 추석이 다가오면 양하꽃을 따러 숲을 뒤젓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다 떠나간 숲 가장자리에 산수국 한 송이가 여유롭다. 남조로로 나서니 계요등꽃이 인사를 한다. 이름을 풀어보면 닭의 오줌 덩굴이다. 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은 매력적이다. 자세히 보면 긴 꽃 통의 입구를 솜털이 가득 가로막고 있다. 쓸데없는 곤충이 들고나는 것을 방해하는 장치다. 계요등의 꽃말은 '지혜'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6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