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강타' 제주 농작물, 비보다는 강풍 피해 컸다

'힌남노 강타' 제주 농작물, 비보다는 강풍 피해 컸다
파종 마친 당근 김녕~구좌 일대서 조풍 피해 확인
마늘·감자 등도 일부 토양 유실로 종구 노출 피해
"피해 농가에서 월동무 대파시 또 과잉생산 걱정"
  • 입력 : 2022. 09.06(화) 17:54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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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에서 당근농사를 짓는 이성여씨가 6일 오전 조풍 피해를 입은 당근밭을 살펴보고 있다. 문미숙기자

[한라일보]제주에 근접해 북상한 태풍 '힌남노'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비보다는 강풍 피해가 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파종을 모두 마친 당근의 경우 염분을 머금은 조풍(바닷바람) 피해로 잎이 거무스름하게 마르는 현상이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물별로 20~40%의 파종률을 보이는 마늘, 감자, 양배추 등의 월동 채소류도 채 뿌리가 활착되기 전이라 태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는데,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에 찾은 당근 주산지 제주시 구좌읍에선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밭들이 곳곳서 확인됐다. 해안과 가까워 북서풍을 타고 온 조풍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잎에 묻은 염분을 물로 씻어내기 위해서다. 7월 말부터 8월 초순 사이에 집중 파종돼 제법 자란 당근들도 조풍 피해로 잎이 갈색빛을 띠며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성여(69·구좌읍)씨는 "당근 걱정에 정전까지 발생해 밤새 잠을 설치다 오전에 밭에 나와 보니 조풍 피해가 크다"며 "7월 24일 파종했는데 일부는 강풍에 뿌리가 돌고 토양이 유실되며 뿌리가 노출된 당근들도 있는데, 살아난다 해도 당근이 곧게 자라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들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그래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아들과 함께 스프링클러를 돌리려고 준비중"이라고 했다.

구좌지역의 다른 당근밭들도 조풍 피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동부기술센터 고보성 밭작물팀장은 "북서풍을 타고 해안의 염분이 날아오면서 김녕과 구좌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조풍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며 "염분이 마르기 전에 서둘러 당근밭에 물을 뿌려 염분을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산읍 지역이 최대 주산지인 월동무에서도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 강석보 성산일출봉농협조합장은 "강풍 피해를 줄이려고 농가에서 방풍망을 씌워놓은 월동무 밭과 그렇지 않은 밭의 피해 정도가 다르다"며 "하지만 겉으론 피해가 없어보이는 무도 2~3일쯤 지나야 정확한 피해 정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정읍에서 많이 재배되는 마늘과 감자 밭에서도 일부 토양 유실로 종구가 노출되고, 한림지역 양배추 밭에서도 도복과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피해가 큰 이들 포전의 경우 재파종하려고 해도 마늘 종구나 씨감자 구하기가 어렵고, 양배추는 육묘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에선 대신 월동무로 파종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피해농가 중 마늘 종구나 양배추 모종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 다른 작물을 재파종하게 되는데, 예년의 경우를 보면 월동무를 많이 선택해 올해도 자칫 월동무 과잉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6일 구좌읍 지역에서 농가들이 조풍 피해를 입은 당근밭에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있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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