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보호자들은 흔히 강아지들이 구토를 하면 한 두 번 쯤은 그냥 무언가 잘못 먹어서 또는 과식을 해서 아니면 급하게 먹어서 하는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급격한 반응을 보일 때는 혹시나 먹지말아야 할 것을 삼켰을까 하는 걱정에 병원에 내원하게 된다. 사실 구토를 하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며 그 원인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간단한 주사제와 내복약의 처방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고 경미한 경우만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강아지들은 위험천만한 물건과 음식, 장난감 등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또한 의사표현을 못하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이러한 경우에 동물병원에서는 방사선 촬영과 초음파 등을 활용해 이물 등을 확인 후 적절한 처치를 통해 제거함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물론 여러 검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될 터이다. 오늘은 이러한 증상을 겪는 질환 중에 난치질환이고 보호자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투자를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는 거대식도증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거대식도증을 앓고 있는 개들은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삼킨 직후 다시 뱉어내는데 보호자가 보기에는 구토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실 그 현상은 위의 내용물이 강제로 배출되는 구토와는 상관없는 음식물의 역류현상이다. 역류는 개의 식도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등이 배출되는 것으로 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루어진다. 또한 역류 시에는 구토할 때 복부의 꿀떡거림이 없다. 여기에서 거대식도증이란 식도전체가 운동성이 저하되고 식도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말한다. 거대식도증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후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어린 개에서는 선천적인 원인일 경우가 많다. 원인은 대부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특발성이며,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는 중증근무력증이고 대체로 식도에만 국한돼 나타난다. 그 외에 신경근육병, 다발근육염, 전신홍반루프스, 자율신경기능 이상 등이 이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주 나타나는 견종으로 저먼 셰퍼드, 샤페이, 미니어쳐 슈나우져, 폭스 테리어에서 선천성 거대식도증을 볼 수 있다.
거대식도증을 앓는 개들이 병원에 내원하면 일단 증상을 청취하고 비교적 간단한 방사선 검사로 진단이 내려진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임상증상에 따른 부가적인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그 검사들은 거대식도증의 일차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만약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병의 원인을 발견한다면, 아마 예후는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식도의 질환을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또는 영구적인 장애로 남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경우에 수의사는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향후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음식물 또는 음수 후의 반복적인 역류로 인한 오연성폐렴이나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거대식도증을 앓고 있는 개의 관리로는 하루에 식사를 여러 번 나눠 급여를 하되 식사 시에는 뒷다리만 선채 앞다리를 들고 선 자세로 먹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최소 10~20분 정도는 음식물이 위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세워둔채 있도록 한다. 작은개라면 개를 안고 있는 것도 좋다. 음식의 형태는 개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장 잘 견디는 형태(습식, 반습식 등)를 찾아서 급여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경우에도 음식물의 역류가 지속된다면 위관을 장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대식도를 앓고 있는 개는 항상 음식물 또는 물을 마시고 역류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연성폐렴에 대해 보호와 관찰을 지속적으로 해야하며 만약 폐렴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항생제 등을 적기에 투여해야 한다. 개의 거대식도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긴 시간을 계획해 차분히 관리해야 하며 보호자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강성진 가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