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탐문 박사' 30년 베테랑 형사의 '그날'

[특집] '탐문 박사' 30년 베테랑 형사의 '그날'
제77주년 경찰의 날 맞은 동부서 홍경탁 형사계장
  • 입력 : 2022. 10.21(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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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부경찰서 홍경탁 형사계장.

[한라일보] 오늘(21일)은 제77주년 '경찰의 날'이다. 30년이 넘게 제주의 안전을 지킨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계장 홍경탁 경감에게 현직 마지막 경찰의 날을 맞이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학생 때부터 푸른 제복을 입은 경찰관의 모습에 반해 경찰의 꿈을 키워 온 홍경탁 계장은 형사 경력만 30년인 베테랑 형사다. 1988년 순경으로 경찰에 임용돼 파출소와 교통계를 거쳐 1993년부터 지금까지 형사계에 몸담고 있다.

변호사 살인사건 최초 출동… "아쉬움·미안함 여전"
야간엔 2명 이상 다니는 등 '선제적 범죄예방' 강조

제주의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빈 홍 계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을 꼽았다.

홍 계장은 "당시 당직 근무 중에 신고를 받고 선배와 함께 최초 현장에 도착했다"며 "현장에는 유류 증거물이나 지문 등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고 가로등도 많이 없던 구도심 지역이라 목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이어 "사건 현장 주변에 대한 탐문 수사를 통해 '새벽시간 누군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하고 범행에 쓰인 흉기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도 하며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며 "지금처럼 우리 주변에 CCTV가 많고 목격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홍 계장은 여러 현장에서 탐문 수사로 범인을 검거하며 동료들 사이에서 '탐문 박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경찰서에 살다시피하다 보니 가족에게는 미안한 아빠가 됐다.

홍 계장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아빠랑 찍은 사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정말 미안했다"며 "형사로 강력 사건을 접하다 보니 가족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홍 계장은 범죄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24시간 순찰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범인들은 술에 취해 혼자 걸어가는 사람, 한적한 곳에 혼자 있는 사람 등을 범행 대상으로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야간이나 술을 마신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2명 이상 함께 가는 등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계장은 내년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올해 맞이한 마지막 경찰의 날에 소회가 남다르다.

홍 계장은 "경찰로서 항상 생각했던 좌우명은 피의자든 피해자든 경찰관서에 오는 모든 분들이 '내 가족이다'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후배들도 이런 마음으로 친절하고 공정하게 업무에 임해줬으면 한다"며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앞장서는 형사계에도 많이 지원해주길 기대하고 전국의 형사들이 조금 더 힘낼 수 있도록 근무 여건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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