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하지정맥류가 건강을 괴롭히는 법

[이길수의 건강&생활] 하지정맥류가 건강을 괴롭히는 법
  • 입력 : 2022. 10.26(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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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외래 진료를 하면서 수없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심장도 나빠지나요?"라는 것이다. 약 4~5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환자들에게 다리 정맥과 심장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최근 몇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들은 이제 아래와 같은 새롭고 명확한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심장과 다른 혈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라고….

2018년 미국 심장학술지 (JACC)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를 가진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폐동맥 색전증이나 심부정맥 혈전증 혹은 동맥폐색증과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최대 80%가량 더 높다. 이 연구는 약 45만명의 인구를 조사한 후 발표된 것으로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분석한 연구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매우 높다.

또 다른 연구로는 2020년 독일 연구진이 발표한 것으로 하지정맥류 환자에서 이완기 심실 충만압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완기 심실 충만압이란 심장이 이완해 혈액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능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 압력이 높을수록 심장이 뻣뻣해져 있어 혈액을 받아들이는데 장애가 생긴다. 즉,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심장이 경직되고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도 "에이 설마… 심장기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있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는 어떤가? 2021년 독일의 대표적인 심장센터들이 합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정맥부전 3단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정상인에 비해 68% 정도 사망률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이 질환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함정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높아지고 생각 외로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앞선 독일의 연구에서는 40대에서 전 인구의 20%가, 60대에서는 전 인구의 50%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흔하다 보니 마치 병이 아닌 것 처럼 오인된다는 점인데, 외래에서 환자분들을 뵈면 다리에 핏줄이 좀 나온 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거나, 증상이 없어서 단순히 힘줄이 돌출 된 것 처럼 표현하시는 분들도 아직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정맥류로 인한 심각한 위험성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 간과되는 경향도 많고, 과거 수술적인 치료방법의 통증이나 합병증을 떠올라 치료를 미루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쏟아지는 연구결과는 하지정맥류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질병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의료장비의 발달로 30~40분의 시술만으로도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너무 두려워 하진 말자. 수술이나 시술을 했다고 몇 년간 그냥 지내기 보다는, 재발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돼가고 있다.

하지정맥류 없는 건강한 다리로 제주의 가을을 마음껏 즐기자.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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