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8)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8)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다시 살아야겠다"… 자정의 도서관에서 만난 두 번째 인생
  • 입력 : 2022. 10.28(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자정의 도서관에서 찾은 삶의 지혜. 다른 인생을 경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관점.

사소한 것, 그것이 인생이다. '어떻게 보느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었다."

<저자 매트 헤이그, 역자 노진선, 출판사 인플루엔셜>

▶대담자

▷이수향: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서호독서모임': 고민녕, 김우숙, 신수연, 심지혜, 정안숙

마법의 도서관 배경된 소설
사소함 과소평가하지 말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해
자꾸만 곱씹게 만드는 문장
누구나 닥치는 후회와 슬픔
그것들이 더 나은 삶 이끌어




▷이수향(이하 위원): 인상적인 부분과 그 까닭은?

▷고민녕(이하 고):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와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라는 문장이 깊이 남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일은 사소한 것이다. 여기서 불평, 불만, 기쁨, 행복 모든 것을 느낀다.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시선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 부분이 너무 공감됐다.

▷신수연(이하 신): 신기하게도 민녕 씨와 똑같은 두 구절을 찾았다. 사소한 것은 '매 순간순간'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때로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만족을 느꼈기 때문에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이 책에서는 '잠재력'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라는 문장을 계속 곱씹게 됐다. '어떻게 보느냐'하는 건 관점의 차이다. '어떻게'로 넘어가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힘이 솟아난다. 그 힘이 희망 혹은 잠재력 같다.

초등학교 앞 작은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에 만나는 서호독서모임 회원들이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김우숙(이하 김): "슬픔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도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라는 말이 기억난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은 내가 살면서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말이다. '바로 오늘 기회가 있을 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자'가 인생의 모토이다.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후회와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경험 삼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안숙(이하 정):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법륜 스님과 즉문즉답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질문 기회를 얻은 중년 남성이 자신의 인생을 구구절절 말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물었다.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살면 된다. 삶에는 공식이 없다. 나도 하루 세끼 밥 먹고, 화장실 가고, 풀도 뜯고…" 이 문장을 보는데 그 장면이 다시 뇌리를 스쳤다.

▷심지혜(이하 심): 성공한 수영선수로서 강의하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노라 자신은 무대 공포증이 아니라 인생 공포증이라고, 어느 인생을 살든지 간에 썩은 나무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던 부분이다. 내가 새로운 삶을 선택했을지라도 안 좋은 것만 기억한다면, 그 삶이 계속해서 썩어 간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위원: 노라는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자정의 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혹시 나에게도 그런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는지, 그 상황을 극복한 방법은?

▷심: 너무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다. 젊은 시절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갔다. 빚만 가득 남으니 어둠만 있더라.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정말 좋은 기회에 아파트를 가지게 되면서 희망이 시작됐다. 분명한 것은 가족이 있었기에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김: 나는 "우리 딸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감정 표현에 서툰 분들이셨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나처럼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원래의 모습이 막 나왔다. 그래서 나를 수련하기 위해 '산'에 갔다. 나를 바꾸고 싶고, 그런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있었기에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던 것 같다. 힘들어서 산에 갔을 때, 펑펑 울면서 내려왔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나도 보람을 느꼈다. 지금도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위원: 마지막으로 노라는 자정의 도서관에서 엘름부인을 만났고, 위고는 비디오 가게에서 삼촌을 만난다. 만약 내가 삶의 기로에 선다면 어디서 누구를 만나게 될까?

▷심: 숲으로 갈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숲에서 나뭇잎을 하나씩 뽑으면 내가 겪어 보지 못한 또 다른 나의 삶으로 갈 것 같다.

▷고: 노라처럼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지 못한 삶을 책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름 부인과 같은 사람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책도 잘 안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조언을 해준다.

▷신: 공항을 떠올렸다. 뭔가 꿈꾸는 것처럼 내가 외국으로 갈 수도 있고, 낙하산을 타고 떨어질 수도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 인생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굳이 떠올린다면 엄마이다.

▷김: 나는 시골 할머니 집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셨지만 표현에 인색하신 부모님과는 다르게 "내 새끼, 내 강아지"라면서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때 할머니의 사랑이, 그때의 기억이 너무 따뜻했다. 내가 인생의 기로에 선다면 할머니 댁과 할머니가 나오실 것 같다.

▷정: 푸른 들판과 오솔길이 있는 숲에 갈 것 같다. 산속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오묘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뽐내면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들이 멋졌다. 가치를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매료됐다. 내가 치유된 그곳에서 다른 인생을 만날 것 같다. 엘름 부인과 같은 존재로 부처님을 만나고 싶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북클럽 서호독서모임

초등학교 앞 작은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서호낭독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낭독하며, 주옥같은 문장을 필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번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가슴 가득 한 아름 무언가를 얻고 간다. 책이 삶이 되는 변화를 경험하며 함께 읽기의 힘을 믿는 독서 모임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37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