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바다거북, 그들이 ‘진짜’ 제주에 산다

‘멸종위기’ 바다거북, 그들이 ‘진짜’ 제주에 산다
붉은바다거북 1998년부터 4차례 제주서 산란
마지막 2007년… 이후 확인된 산란기록 없어
“중문해수욕장도 더 이상 산란 가능하지 않아”
제주자연의벗, 조사결과 엮은 단행본 통해 제언
  • 입력 : 2023. 01.17(화) 10:04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상처를 입은 위기상황에서 구조되거나 인공증식된 바다거북 6마리가 지난해 8월 25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모두 7종). 그 중 '붉은바다거북'이 가장 최근, 그것도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산란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 마지막 기록은 '2007년'(1998년부터 4차례)에 멈춰있다. 알을 낳기 위해 제주를 찾았던 그 거북, 제주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제주자연의벗이 그들의 흔적을 쫓은 1년의 기록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재)숲과나눔의 지원을 받아 작년 한 해 바다거북 서식지 보전 캠페인과 바다거북 조사를 벌인 결과이기도 하다. (사)자연의벗연구소가 공동 발행했다. '제주 바다에 바다거북이 살아요?'라는 제목을 단 책자에서 이들은 '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 상주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모니터링팀(이하 제주자연의벗 모니터링팀)이자 단행본의 편집인이기도 한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제주 해녀와 다이버 등을 인터뷰한 결과 표선이나 삼양 앞바다, (새섬, 문섬, 서건도 등) 서귀포시 앞바다에도 바다거북이 발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모래해변으로 올라오지 않을 뿐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저 지나가다 산란을 위해 잠시 제주를 찾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2020년 9월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해양수산부 주최로 진행된 바다거북이 방류 행사. 한라일보 DB

바다거북 산란기에 '중문색달해수욕장'은? "산란 힘든 환경"

그런데 왜 제주에서의 산란 기록은 2007년이 마지막일까. 양 사무처장은 '산란장의 문제'를 꼬집었다. 바다거북은 6월 중순부터 8월 사이에 알을 낳기 위해 뭍으로 올라오는데, 이 시기에 중문색달해수욕장은 더 이상 산란이 가능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공조명에 매우 민감한 바다거북, 거기에 산란기에 매우 신중해지는 암컷에겐 밤에도 낮처럼 환하고 북적대는 중문색달해수욕장이 '위험한 곳'일 수밖에 없다.

"앞당겨진 해수욕장 개장 시기, 밤새 꺼지지 않는 해수욕장 산책로와 건물의 조명, 24시간 개장되는 해수욕장 운영, 해수욕장 비개장 시기에도 북적이는 인파,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해안사구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천막) 등 이들이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다시 산란할 수 없게 하는 조건이 너무나 늘어났다." ('제주 바다에 바다거북이 살아요?' 단행본 중)

지난해 10월 14일 섶섬 앞바다에서 찰영된 푸른바다거북(사진 김국남). 제주자연의벗 제공

제주, 바다거북과의 '공존' 고민해야

그렇다면 바다거북은 다시 제주 모래해변에 산란할 수 있을까. 제주자연의벗 모니터링팀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 상주하며 먹이를 먹고 휴식을 하고 있으며 언제든" 산란하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돌아오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제주도 차원에서 바다거북의 산란 가능성이 있는 곳을 전수조사하고 산란장인 모래해변의 실태 파악, 해안 수중 조사를 통한 바다거북 개체 수와 종류 조사, 바다거북 서식지로서의 바다숲 점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바다거북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와 함께 바다거북 산란기 중 야간 시간대에 중문색달해수욕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산책로 조명등 끄기의 방법으로 바다거북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같은 보전 정책은 단순 ‘통제’가 아닌, 중문관광단지를 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해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을 만들 거라는 기대가 담겼다.

양 사무처장은 "바다거북을 보전하기 위해선 이들이 죽을 수 있는 조건을 저감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어업선 그물에 걸리거나 해양 쓰레기를 먹고 죽은 채 발견되는 바다거북이 상당하다. 바다거북은 환경지표종인 만큼 해안 개발과 오염을 줄이는 것 자체가 바다거북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단행본에선 바다거북의 종류부터 생태, 제주도민과 바다거북의 다양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바다거북 서식지인 해안사구의 가치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정책 과제 등도 담겼다. 단행본은 제주자연의벗으로 연락하면 책자 또는 파일로 받을 수 있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폐어구 등 각종 해양쓰레기. 한라일보DB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99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