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차인·계약서 동원 44억원대 전세 사기 적발

가짜 임차인·계약서 동원 44억원대 전세 사기 적발
제주경찰청 사기·업무방해 혐의 전세대출사기 일당 15명 검거
허술한 대출 절차 악용·무자본갭투자 통해 차명 주택 범행 이용
  • 입력 : 2023. 01.19(목) 12:17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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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년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이 19일 기자실에서 전세대출 사기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상국 기자

[한라일보] 허위 전세계약서와 가짜 임차인을 동원해 44억원대 대출 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제주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사기와 업무 방해 혐의로 주범 40대 A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범 1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허위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전세대출금 4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공범 중 7명은 제주지역 거주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 절차가 임차인 소득증빙서류와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했다.

주범 A씨는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은행 돈을 공돈처럼 쓸 수 있다"고 유혹해 범행에 가담할 임차인과 임대인을 끌어 모았으며 전세대출에 필요한 재직증명서를 위조했다.

A씨는 자신이 끌어모은 임차인들이 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을 받으면 이중 15%는 임대인에게 주고, 나머지 85%는 절반씩 임차인과 나눠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임차인에게는 "대출금을 자신에게 투자하면 매달 일정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가로챘다.

A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차명 부동산을 확보해 대출 사기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가령 시세 1억원, 전세보증금 9900만원에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있다면 A씨는 임대차 권리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해당 주택 소유주에게 차액인 100만원만 지급한 뒤 다른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확보했다.

A씨는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을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후 가짜 임차인을 동원해 전세 대출을 받았다. 전세대출금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가짜 임차인, A씨가 서로 나눠 가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대출금을 유흥비 또는 대출 이자 상환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한 15명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A씨가 확보한 차명 주택에 대해선 몰수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세대출 보증을 서준 한국주택금융공사다. 이들은 이미 전세 대출금을 서로 나눠 가져갔기 때문에 대출 만기일이 되도 원금을 은행에 상환할 가능성이 없어 보증을 서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신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경찰청은 "결국 대출을 보증해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피해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 혈세로 마련한 기금이 누수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또 기금 누수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대출을 못 받게 되는 피해로 이어진다"며 "이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출 보증기관과 대출 실행 기관에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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