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인] (5)한라미술인협회

[우리는 제주인] (5)한라미술인협회
"제주 작가 활동의 장 마련해 주고 싶다"
  • 입력 : 2023. 03.31(금) 00:00  수정 : 2023. 04. 18(화) 16:25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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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 한라미술인협회 기획전 '터닝포인트2022' 개막 행사 뒤 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출신 미술인 고향 정 나누며 청년작가 지원
80년대 미술인들 서로 격려하던 모임에서 시작
작가들 위상 높아지면서 모임 규모 확대·활성화


[한라일보] 1980년대에 예술가로서의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제주출신 미술인들은 종종 만나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했다. 그렇게 교류를 이어오던 제주출신 미술인들이 한라미술인협회를 만들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제주 작가들의 모임으로 그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제주출신 미술인 가운데 본격적으로 제주에서 서울에 진출한 세대인 강요배·고영훈 작가가 모임의 주축이 돼 시작됐다. 회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제주출신 미술작가들이다. 모임은 1기 김영철(서양화), 2기 고영훈(서양화), 3기 고경훈(서양화), 4기 김영호(미술평론), 5기 김용주(서양화), 6기 김영호, 7·8기 강법선(동양화), 9기 전재현(한국화), 10기 강승희(판화), 11기 김순겸(서양화), 12기 이기조(공예) 회장이 이끌어왔다.

10기 회장에 이어 지난해 13기 회장직을 맡게 된 강승희 회장(추계예술대학교 교수)은 지난 14일 "엄혹했던 80년대, 사상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가난 속에 근근히 작가 생활을 유지하던 제주출신 미술인들이 가끔씩 만나 막걸리를 기울이며 서로를 응원하던 게 이 모임의 시작"이라고 한라미술인협회를 소개했다.

강승희 한라미술인협회장

소규모 모임이 지속되다 1996년 한라미술인협회라는 이름을 걸고 협회가 발족됐다. 발족 당시 모임의 회원들은 대한민국 미술계의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작가들이 되어 있었다.

강 회장은 "모임에 큰 힘이 되는 선배 작가들을 비롯해 미술계에서 활약하는 회원들이 모임의 일원으로 함께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예술 계통에 연결된 줄이 거의 없다시피한 제주출신들이 얼마나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자긍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협회 구성원이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로만 꾸려진 것은 아니다.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 출신들이 서울 중·고등학교에 대거 발령을 받게 된 때가 있었는데 그 때 회원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면서 한라미술인협회 회원 규모도 기존 11명에서 50명이 늘어 지금은 70명까지 확대됐다.

역량있는 제주출신 미술인들의 모임이다보니 회원들은 제주 미술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호 미술평론가(중앙대학교 교수)는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에 큰 역할을 했다.

한라미술인협회는 창립 이후 서울 또는 제주에서 정기전을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알리고, 제주 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창립전 '바람의 흔적(1998)'을 시작으로, 정기전 '바람의 향기(1999)', '바람의 기억(2001.1)', '바람의 전설(2001.11)', '바람의 신화(2004)', '바람의 기원(2006)', '한라- 별을 품다(2008)', '한라미술인협회전(2010)', '마음의 고향, 한라'(2013), '한라산'(2017) 전시를 이어왔고, 2022년 '터닝포인트(Turning Point 2022)'라는 제목의 정기전을 개최했다. 이외에도 정기총회 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도 한다. 프로작가들도 타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회원들의 경력과 연륜이 쌓여가면서 이제 협회는 제주출신 청년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화단에 소개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 회장은 "회원들이 이제는 이 분야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우리가 젊었을 때 어려웠던 것을 돌아보면서 전시 기회도 마련하고 지원해주는 등 청년작가 발굴에 모임 운영의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4년간 만남을 거의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제주갤러리가 생기면서 협회 활동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도 마련됐다.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1개 층 전체를 임대해 운영되고 있는 제주갤러리는 제주출신 미술작가들의 서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제주 작가들은 감각이 살아있고 개성이 뚜렷하다"며 "요즘 제주에서 올라온 세대들은 현대미술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제주 작가들을 환영해주고, 활동의 장을 계속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회원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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