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인] (12) 재경 제주출신 연극인 모임 ‘극단 괸당들’

[우리는 제주인] (12) 재경 제주출신 연극인 모임 ‘극단 괸당들’
무대에 녹여낸 제주… 대학로에 '괸당'이 있다!
오디션 현장서 만난 인연으로 … 배우·연출·작가 등 참여
프로젝트 극단 '괸당들' 공연으로 제주문화·제주어 전파
  • 입력 : 2023. 08.11(금) 00:00  수정 : 2023. 08. 13(일) 12:14
  • 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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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대학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제주출신 연극인들은 재경 제주출신 연극인 모임을 만들어 고향 제주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 응원하면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신혜정 배우, 배우 겸 연출가 현대철, 배우 겸 극작가 강제권, 배우 고인배·조옥형·신지은·김대흥·김으로·송창곤·강승민·오상운·이창익·고동업·현림·현애란, 작가와 연출을 하고 있는 강재림씨 등 20여 명이 모임의 주축이다.

모임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6년 전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모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제주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제주 출신이면서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들이 오디션에 여럿 참여했다. 그때 오디션을 봤던 이들이 모임을 만들게 됐고, 조금씩 회원 수도 늘었다.

회원들 대부분이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20대 이후 서울에서 연극을 해 온 이들이다.

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강제권 작가는 "실력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제주출신이면 모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며 "서로 의지하고 끌어주는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연극인들의 모임인 만큼 모임에서의 대화 주제는 고향 제주와 연극이 주를 이룬다. 연극무대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오디션이나 제주 관련 작품 소식 등 정보 공유도 이뤄진다. 배우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해 서로 조언도 해주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연극무대가 있다면 돕기도 한다.

그는 "최근 들어 제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제주어를 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는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모임 회원들도 기대가 크다"며 웃었다.

모임은 회원 간 친목 도모에 그치지 않고 제주 관련 작품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연극을 통해 조금이라도 제주 문화나 제주어를 전파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다. 2019년에 '극단 괸당들'이라는 프로젝트 극단을 만들어 제주어로 공연해 왔다. 모임에 극작가, 연출가, 배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기도 하다.

'극단 괸당들'은 2019년 전국의 지역색과 사투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 제1회 말모이연극제에 제주어로 연기하는 '눈오는 봄날'을 올렸다. 2020년 제2회 때는 '자청비'를 선보였고, 2021년 제3회 연극제에서는 '제나, 잘콴다리여!'를 공연했다.

'제나, 잘콴다리여!'는 강 작가가 희곡을 쓰고, 연출을 했다.

그는 "서울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꽤 난이도 있는 사투리로 공연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올해 다시 서울에서도 공연하고, 제주에서도 기회가 되면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코믹·소동극인 '제나, 잘콴다리여!'는 2022년 제주에서 (도채비 소극장, 세이레 아트센터, 제주문학관에서 총 3번) 공연했다. 당시 관객석이 모두 매진이 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강 작가의 유년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제주 사람도 알아듣기 쉽지 않은 사투리로 줄거리를 풀어냈음에도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극단 괸당들'은 이 작품으로 제주에서 공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강 작가를 비롯해 회원들 모두 연극에 매료돼 대학로 극단에서 작은 작품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아왔다. 그의 경우 고교 때 연극영화과 진로를 목표로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커 포기했다가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으로 그 갈증을 채웠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인 극단에서 활동했고, 대학로 연극무대에 선 것은 10년 정도 됐다. 극작가로서 20편의 작품도 썼다. 지금은 서울연극협회와 한국극작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부모님께서 지금은 제 작품을 보시면서 연극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하신다"며 "저는 오히려 사회생활 경험이 연극인으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 경험이 소중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연극인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극단 괸당들' 공연으로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각자 소속된 극단 등에서 공연 준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 작가는 "올해도 제주도 레퍼토리를 만들어 공연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극단 괸당들'의 작품을 더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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