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잡기 힘든 예비부부들 "결혼 내년으로 미뤘어요"

예식장 잡기 힘든 예비부부들 "결혼 내년으로 미뤘어요"
도내 예식장 봄·가을 예약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업계 "윤달·여름 제외 연말까지 거의 차... 이미 내년 예약중"
대관료·식대·스드메 등 고물가에 천차만별 오른 비용에 울상
  • 입력 : 2023. 04.06(목) 16:34  수정 : 2023. 04. 09(일) 08:57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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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에 사는 직장인 오모(36)씨는 올해 하반기 결혼을 계획하고 최근 예식장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 6개월 남짓 남았는데 예비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예식장은 대부분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눈여겨봤던 다른 예식장도 몇군데 더 알아봤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그는 "예식장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며 "결국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다음달 결혼하는 김모(32)씨는 지난해 9월 서둘러 예식장을 잡았다. 그는 "서귀포시 지역은 제주시 지역보다 예식장이 적어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 장소에서 할 수 없다고 해서 일찍 알아보고 예약했다"고 전했다.

결혼을 앞둔 도내 예비부부들이 예식장 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결혼식 하객 인원 제한이 풀리고 마스크 없는 결혼식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코로나19로 미뤄온 예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도내 웨딩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예식업계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점차 풀리면서 올해 도내 특급 호텔을 비롯한 주요 예식장들이 윤달(양력 3월 22~4월 19일)과 여름철(7~8월)을 제외한 봄·가을 예식장 예약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도내 혼인건수는 2019년 3358건에서 2020년 2981건, 2021년 2661건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2718건으로 늘었다. 도내 예식장 수는 2019년 23곳(제주시 19곳, 서귀포시 4곳)에서 올해 1월 기준 21곳(제주시 16곳, 서귀포시 5곳)으로 줄었다.

제주시의 한 웨딩홀 관계자는 "3~4월은 봄 결혼 시즌이지만 윤달이 껴서 이를 피해 결혼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 예약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윤달 이후에는 여름철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끝난 상태이고, 대체휴일까지 예식이 잡혀있다. 이미 내년 예약을 잡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6개월 전이라면, 요즘는 1년 전에는 예약을 해야 원하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호텔 예식장 관계자는 "하반기에 황금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를 제외한 시간대에 예약 자리가 약간 남아있지만 거의 다 예약이 찬 상태"라고 전했다.

예식장 대관료부터 식대,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혼수, 신혼여행 등 고물가로 천차만별 오른 결혼 준비 비용도 예비부부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결혼하는 A(39)씨는 "지난해 결혼식을 예약했다가 코로나19로 취소했던 특급호텔 웨딩홀을 예약하기 위해 다시 견적을 받았는데, 1년새 대관료는 30만원이 올랐고, 식대는 1인당 5000원이 올라 5만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스드메 비용은 보통 300~400만원 정도였는데 업체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었다. 결혼식 준비 비용만 3000~3500만원 정도 잡고 있는데 더 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B(36)씨도 "일반 웨딩홀을 알아봤는데 식대가 1인당 2만5000원~3만5000원 수준이었다. 비슷한 웨딩홀 4곳 정도 알아보고 비교해 저렴한 곳으로 예약했다"며 "2500만원 이내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제주지역 결혼식 비용은 평균 1949만원으로 전국(1617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혼식 당일 피로연 비용은 1486만원으로 전국(574만원)의 2.6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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