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고사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에서 최근 국내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잎녹병'이 최초로 확인되는 등 쇠퇴 우려가 커지면서, 제주도가 구상나무를 감염시키는 병해충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방안 마련을 위해 올해부터 구상나무 병해충 연구를 본격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유산본부는 올해 국비 5000만 원을 투입해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등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주요 병해충 발생과 피해 실태, 위협수준 분석, 정밀 모니터링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병해충 조사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산본부가 지난해까지 현장조사와 연구를 통해 확인한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와 쇠퇴에 관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주요 병해충은 총 25여종으로, 이 중 병이 10종이고 해충이 15종이다.
주요 전염성 병은 스클레로데리스 가지마름병, 넥트리아 줄기마름병, 라크넬룰라 줄기마름명, 아스코칼릭스 가지마름병, 팀파니스 가지마름병에 이어 최근 '잎녹병'이 발견됐다.
'잎녹병'은 이전까지 제주를 포함한 국내에서 기록된 적이 없던 병으로, 병원균을 가진 포자가 새로 자라나는 잎에 달라붙으면서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전염이 이뤄지는 병이다.
유산본부에 따르면 구상나무가 잎녹병에 감염될 경우 당년생 잎을 모두 잃고 쇠약해져 바로 죽거나, 다른 병해에 걸리기 취약한 상태가 돼 결국 고사하게 된다. 유산본부는 잎녹병이 확인된 것보다 더욱 만연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해충은 솔알락명나방, 구상애기잎말이나방, 가문비씨애기잎말이나방, 한라구상나무좀, 수염하늘소 등이며 구과나 잎, 목질부에 해를 입히는 종으로 구분된다.
도 유산본부는 지금까지 확인한 주요 병해충의 피해 실태와 위협수준을 분석하고 시·공간적 변화양상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염성 병 피해조사와 함께 병원균의 생활사와 유전자 분석에 이어 한라산 구상나무에서 채집한 병원균의 병원성 검정을 통해 병원균별 위협수준을 분석한다. 또 조사지역의 구상나무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주요 병해충 발생시기, 밀도, 피해율 등 변화 양상을 정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2021 한라산 구상나무 분포도 제작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1만 본이 넘는 고사목이 발생했다.
구상나무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한라산 구상나무 개체 수는 29만4431본으로 조사됐다. 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간 1만2957본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조사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라산 구상나무에 대한 종합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