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이 '4위 경쟁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대결에서 리그 9호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맨유와 홈 경기에서 1-2로 끌려가던 후반 34분 골망을 흔들며 균형을 맞췄다.

공중볼 경합 끝에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잡은 '단짝' 해리 케인이 맨유의 오른 측면을 질주한 후 페널티지역을 향해 찬 크로스가 수비 뒷공간을 뛰던 손흥민의 발에 정확히 전달됐다.

그러자 손흥민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공을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손흥민의 동점 골 덕분에 결국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토트넘은 어렵게 승점1을 챙겼다.

30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 31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연속 골을 신고하며 기세를 올리다가 1-6으로 참패한 직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침묵한 손흥민은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반등을 알렸다.

리그 9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고지까지 이제 1골만을 남겨뒀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44번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구단 통산 득점 순위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저메인 디포(143골)를 누르고 단독 6위가 됐다.

1960년대 활약한 웨일스 출신의 공격수 클리프 존스(5위·159골)와 격차는 15골로 줄였다.

아울러 이 득점은 손흥민이 케인의 패스를 받아 득점한 24번째 골이다.

축구 기록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이는 첼시에서 디디에 드로그바의 득점을 24번 도운 프랭크 램퍼드의 EPL 기록과 동률이다.

이 경기에서 졌다면 토트넘(5위·16승 6무 11패·승점 54·골 득실＋7)의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이 희미해질 뻔했다.

손흥민의 득점 없이 1-2로 패했다면 토트넘은 애스턴 빌라(승점 54·골 득실＋5), 리버풀(승점 53·골 득실＋22)에 밀려 7위까지 처질 수 있었다.

4위 맨유(18승 6무 7패·승점 60)와 승점 6 차를 유지한 토트넘은 시즌 막판까지 4위 탈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3위 뉴캐슬(승점 62)보다 1경기, 맨유보다는 2경기를 더 치른 터라 정규리그 종료까지 5경기를 남겨둔 토트넘이 여전히 가장 불리한 처지다.

EPL에서는 4위 팀까지 다음 시즌 UCL행 티켓을 받는다.

직전 뉴캐슬전에서 EPL 통산 두 번째로 이른 시점(전반 21분)에 0-5로 끌려가며참패한 토트넘은 당시 썼던 포백을 집어넣고 익숙한 스리백을 꺼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로메로-에릭 다이어-클레망 랑글레로 꾸려진 스리백이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 실점하며 또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맨유는 마커스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제이든 산초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로메로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반대편 골대 하단을 정확히 찔러 리드를 잡았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오른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켜 케인·히샤를리송과 합을맞추게 했지만, 중원 싸움에서 밀리며 전반 점유율(39%-61%), 슈팅 수(6-11), 유효슈팅 수(3-6) 등 각종 지표에서 모두 뒤졌다.

전반 43분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였지만 맨유의 후방을 질주한 이반 페리시치가 함께 중앙으로 뛴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직접 슈팅한 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오히려 위기로 찾아왔다.

직후 공을 잡은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하프라인 뒤에서 넘겨준 롱패스가 전방을 달리던 래시퍼드에 전달되면서 또 토트넘이 실점했다.

공을 몰고 페널티박스로 진입한 래시퍼드는 다이어 앞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2-0을 만들었다.

전반과 달리 후반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편 토트넘은 11분 만에 페드로 포로의 득점으로 결실을 봤다.

케인이 문전에서 찬 슈팅이 수비에 막히자 포로가 오른발로 재차 차 넣었다.

후반 시작 후 30분 만에 11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맨유에 반격한 토트넘은 후반 34분 손흥민의 득점으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질된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를 대신해 감독 대행을 맡은 라이언 메이슨 코치는 후반 42분 손흥민 대신 수비수 자펫 탕강가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고, 막판 맨유의 공세를 막아내며 양 팀이 승점을 나눠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