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9] 2부 한라산-(35)제주도 고대인의 언어는 그들 어머니의 말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9] 2부 한라산-(35)제주도 고대인의 언어는 그들 어머니의 말
‘한라’(漢拏)의 기원, 투르크어와 몽골어에서 실마리
  • 입력 : 2023. 05.02(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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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몽골의 산 이름짓기 전통


[한라일보] 한라산이란 과연 무슨 말인가. 백록담이라는 지명에는 '노르'라는 말이 들어있다. 이것은 호수라는 뜻으로 거의 아시아 전역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두무악, 두모악, 가메오름, 부악, 혈망봉, 원산 같은 한라산의 다른 이름들도 모두 아시아 혹은 중앙아시아, 좀 더 좁혀보면 고구려어를 비롯한 북방어에서 기원한다. 그러므로 '한라'라는 말도 이와 기원이 같을 수 있다. 한라산만 유별나게 다른 데서 기원한다고 상정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몽골의 오트곤텡게르 올, '텡게르'란 하늘을 의미한다.(위키미디어 커먼즈)

언어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언어는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언어와의 접촉만으로도 들어오기 마련이다. 국경이라는 것도 인적 물적 교류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한다. 그러니 언어는 끊임없이 들고 나면서 섞인다. 제주말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 만든 말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제주도로 올 때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말의 원형은 제주도로 오기 전 어머니의 말이다. 그 어머니의 고향 혹은 그 어머니의 친척이 살았다는 곳의 언어야말로 제주어의 원형이다. 따라서 한라산이라는 말도 북방에서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만주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를 탐색했다. 그 실마리가 돌궐어와 몽골어에서 나왔다. 몽골의 산 이름짓기 전통은 다른 민족과는 별다른 데가 있다.





몽골의 산악숭배 습속


몽골인들은 오랜 자연밀착 생활을 통해 자연에 대해 금기시하거나 신성시하는 습속도 만들어 왔다. 이런 민족적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소멸의 길을 걷는 추세인데, 몽골에서는 아직도 폭넓게 행해지고 있다. 아니 그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공식화하여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몽골의 고비 구르반 사이한 올, '구르반'이란 3을 의미한다.(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진)

몽골은 중앙아시아 나라다. 신장(新疆), 내몽골 등과 비교해 보면 다소 북쪽으로 치우쳐 있다. 모든 국경은 러시아, 중국과 접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쪽 국경은 서쪽의 알타이산맥에서 동쪽의 광활한 대초원까지 3543㎞다. 중국과는 4677㎞에 걸쳐 연접하고 있다. 한반도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동에서 최남단인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까지 직선거리가 1013㎞니 얼마나 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몽골의 국토면적은 156만4116㎢로 우리 한반도 면적 약 7배나 된다.

이렇게 국토가 광활하니 높은 산, 호수, 강, 늪지대가 있는가 하면 만년설로 얼어 있는 산, 연중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까지 지형과 기후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대자연 앞에서 사람의 힘이란 한낱 태평양의 조각배 신세다. 그러니 이러한 자연을 경외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의 힘에 의지하는 심정이 싹트기 마련이다.

몽골인들은 산, 시내, 강, 호수마다 고유한 신이 있다고 믿는다. 몽골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 신들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된다. 신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성스러운 장소의 지리 지형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많은 신과 관련된 이야기, 이름 및 의식은 몽골의 샤머니즘과 불교의 상호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신은 텡게리로 알려진 하늘 또는 하늘신과 연결되어 있고 여성 신은 땅과 어머니 에투겐과 연결되어 있다.





산 이름에 몽골어, 티베트어, 투르크어 기원의 단어 사용


산을 신격화하는 주된 목적은 땅의 소유자인 신을 기쁘게 하고 가족과 가축의 안녕을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수 세기 동안이나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계속 관리해 온 것은 유목민이건 아니건 몽골인의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에서 이런 신성한 장소로 받아들이는 곳은 600여 곳에 달한다. 요즘의 관점으로 보면 이런 보존은 몽골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몽골은 대통령령으로 10개의 산을 신성한 산으로 지정했다. 1995년 '복드 하이르한 올, 부르한 할둔 올(한 헨티라는 명칭으로) 및 오트곤텡게르 올을 숭배하는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이후 2004~2012년에 7개의 산을 추가하였다. 이 산들은 국가적으로 특별히 존경과 보호를 받는다. 이 10개의 산이란 앞의 3개의 산을 포함하여 알탄 후히이 올, 다리강가 다리 오보 올, 한 후히이 올, 수타이 하이르한 올, 수브라그 하이르한 올, 알타이 타반 복드 올, 고비 구르반 사이한 올 등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오늘날도 몽골에서 오보(ovoo)를 수시로 만날 수 있듯이 몽골인들의 정서에 깊숙이 들어있는 샤머니즘은 산악숭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6세기에 들어온 티베트 불교는 몽골에 들어온 건 비교적 늦었지만, 역시 신성한 산을 숭배하는 데 기여했다. 몽골의 신성한 산은 그 모습, 하늘과 땅과의 관계, 관련 신, 몽골 역사를 통틀어 지도자들이 부여한 순위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 이름에는 몽골어, 티베트어, 투르크어를 포함한 여러 기원의 단어와 개념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신성한 산으로 지정된 10개의 산 이름에 들어있는 수타이(Сутай)는 눈 덮인 산의 모습을 나타낸다. 구르반(гурван)은 3을, 타반(Таван)은 5를 의미하며 높은 능선의 모양을 표현한다. 텡게르(Тэнгэр)는 하늘 또는 천국과 그곳에 거주하는 신들을 언급하는 무속에서 유래한다. 보그드(Богд)는 성자, 거룩함 또는 신성함을 의미하는 불교 전통에서 유래되었다. 칸(хаан)은 왕을 뜻하는 몽골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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