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창의 특별기고] 아소초원(阿蘇草原)과 새별오름

[이석창의 특별기고] 아소초원(阿蘇草原)과 새별오름
  • 입력 : 2023. 05.08(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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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아소산은 30만~9만 년 전에 4차의 거대한 분출로 형성된 칼데라(caldera) 지형이며 동서로 18㎞, 남북으로 25㎞ 크기의 함몰된 화산지형이다. 분출 당시 화쇄류는 규슈의 절반을 덮은 것으로 추정되고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까지 화산 분진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조사됐다.

아소산에서는 광활한 아소의 칼데라 지형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 하늘거리는 초원의 모습, 대자연의 단순미와 경외심, 유구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아소초원은 부분적으로 불태운 초원들을 볼 수 있다. 노야끼(野燒き)의 흔적이었다. 아소초원을 유지하는 인공적인 관리의 흔적이다. 노야끼의 불은 대지의 표면만을 태우는 것으로 진드기 등 토양해충을 구제하고 초본식물들은 뿌리나 줄기의 형태로 살려내고 목본식물은 도태시켜서 자연적 천이(succession)를 억제해 초지의 식생, 경관을 유지하도록 하는 목축문화의 유산이다. 천이가 억제된 아소초원에서는 종 다양성이 유지돼 봄이 오면서 타버린 억새뿌리 주변에서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이루어 아름답고, 여름이 돼 초록으로 물든 초원에는 키가 큰 억새가 자라고 그 사이로 기다란 꽃대에 진보라색꽃 자주꽃방망이가 피어난다. 가을이 시작되면 보라색 절굿대가 바람에 흔들리게 될 것이다. 모두 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북방계 식물들이다.

일본에서는 아소초원에만 볼 수 있는 대륙종 식물들이 많아 야생화 애호가들에게 성지와 같은 장소이다. 이 꽃들은 현재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로 빙하기때 아소초원을 가득 덮었던 식물들이다. 광대한 아소산 초원이 숲으로 천이(遷移)되는 과정에 숲에서 밀려 나와 억새초원에 공생의 형태로 남아있는 유존종(遺存種)인 것이다. 노야끼는 천년에 가깝게 우마방목, 풀베기, 건초쌓기 등과 같이 이어져 온 목축문화의 소산이다. 일본은 1934년부터 아소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광활한 구마모토의 경관·문화자원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제주도를 같이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도 한라산 아고산지대에 우마방목이란 목축문화가 있었고, 오름에도 방애불놓기와 우마방목을 했었다. 피뿌리풀, 갯취 등 북방계 식물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나마 들불축제를 통해 그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문화가 아닌 이벤트로…. 한라산 아고산대에는 30~40년 전만 하더라도 구름미나리아재비의 광활한 군락, 시로미, 암매, 털진달래, 눈향나무 등의 대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제주조릿대의 번성으로 우리나라에서 희소한 아한대 경관과 식생이 사라지고 있다. 모두 자연의 천이에 맡겨버린 결과이다.

오름 역시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편백 등 침엽수 위주의 조림으로 고유한 오름의 능선은 사라지고 종 다양성이 급속히 감소하며 경관과 식생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아소초원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이석창 자연제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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