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해설사가 들려주는 1만8천년전 수월봉 이야기

지질 해설사가 들려주는 1만8천년전 수월봉 이야기
화산체 독특한 지질 구조 이야기 들으며 천혜의 풍광 만끽
슬픈 전설 깃든 녹고의 눈물, 일본군 갱도 진지 등 둘러봐
  • 입력 : 2023. 05.27(토) 15:51  수정 : 2023. 05. 28(일) 20:06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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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 지질트레일을 찾은 탐방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지질층을 탐방하고 있다. 이상국 기자

[한라일보] "쇄설층에 돌덩이가 박혀 있죠? 화산 폭발으로 분출된 용암 파편이 쇄설층까지 날라가 박힌 것인데요. 돌덩이마다 박힌 각도가 다른데, 이 돌덩이는 일직선으로 박혀 있습니다. 이 것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박영석 지질공원해설사의 질문에 한 탐방객이 "분화구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거군요."라고 답했다. 박 해설사는 대견하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트레일위원회가 주관하는 '2023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 둘째 날인 27일 제주시 한경면 노을해안로에서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질 탐방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수월봉은 1만 8000년 전 펄펄 끓는 마그마가 차가운 물과 만나 격렬히 분출하며 잘게 부서진 화산재가 주변에 떨어져 형성된 고리 모양의 화산체 일부다.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인 수월봉 화산재층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층리의 연속적인 변화를 잘 보여줘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제 화산학 백과사전에 실리는 등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유네스코는 이런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해 2010년 수월봉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해설사 동행 탐방은 수월봉 엉앙길을 걸으며 수월이와 녹고의 슬픈 전설이 깃든 '녹고의 눈물'와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수월봉 곳곳에 있는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꾸려졌다.

바다를 마주보고 거대한 병풍처럼 둘려 있는 화산재층 절벽 앞에서 박 해설사가 "두팔을 벌려 걸어보시라"며 탐방의 시작을 알렸다.

박 해설사는 수월봉 형성 기원과 독특한 지질 구조, 자생 식물의 생존 전략 등을 그림 등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자 저기 바닷가를 보시면 암석층이 일직선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죠? 저 것이 바로 주상절리입니다." "수월봉 절벽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은 대개 잎이 넓고 윤이 나요. 잎에 파도나 빗방울이 스며들면 썩기 때문에 잎에 스며들지 말고 그대로 땅으로 흘러 내리라고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인데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탐방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박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한 탐방객은 "이럴줄 알았으면 수첩이라도 가지고 올 걸"이라며 후회를 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해설 하나하나를 녹화했다.

탐방을 시작한 지 50여분만에 수월이와 녹고의 슬픈 전설이 깃든 '녹고의 눈물'에 다다랐다. 녹고의 눈물은 화산재층에 스며든 빗물이 지층 아래 쪽에 있는 이른바 진흙으로 된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층 틈새로 흘러 나오는 것을 말한다. 엉앙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쇄설층 절벽 한가운데에 시멘트 구조물로 일본군 갱도진지에선 일제가 계획한 '결7호 작전'에 대한 이야기와 제주 곳곳에 발견된 일본군 군사시설에 대한 해설이 이어졌다.

시어머니, 아들과 함께 탐방에 참여한 김은혜(43)씨는 "제주에 이주한 지 3년이 됐는데 수월봉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라며 "첫번째 방문은 그냥 둘러보는 것에 그쳤다. 확실히 해설을 듣고 '알면서' 탐방하는 것이 더 알차고 뜻깊은 것은 같다"고 말했다.

김씨 아들의 고태현(12)군은 "학교에서 화산활동에 대해 종종 배운다"며 "오늘 탐방에 참여하고니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2023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은 일요일인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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