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16)표선면 성읍2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16)표선면 성읍2리
자연이 품어, 마을 자체가 하나의 힐링공간
  • 입력 : 2026. 07.10(금) 03:00
  • 양기훈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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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마을 안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 모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특출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함 속에서 조용한 여유가 밀려온다. 번잡함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한달살이 혹은 일 년 살이로 여기에서 살면 인생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반응 또한 극찬에 가깝다. 마을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에 힐링을 주는. 모여사는 정주공간을 중심으로 오름들을 둘러보면 지형적으로 오름들의 둥지를 형성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비오름, 개오름, 좌보미오름, 영주산, 백약이오름 등이 오래전부터 이 귀한 공간을 품어주고 있었으니 안온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옛 이름 지명이 흥미롭다.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고 하여 구룡밭, 구룡동이라 불리던 곳. 일설에는 원 지배 탐라총관부 시절에 궁마를 기르는 목감이 거주했다고 하며, 조선 후기 철종 때 구룡밭, 안밭, 짐댕이골 등 세 개의 자연마을이 형성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성읍2구로 불렸다. 1948년 4·3으로 마을이 폐쇄됐다가 1955년 복구와 함께 다시 삶의 터전이 되면서 성읍2리라는 마을명칭을 쓰게 됐다.

표선면 중산간 마을로 동쪽으로는 성산읍과 경계를 이루고, 북쪽으로는 구좌읍과 경계를 이루는 해발 2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기에 축산업과 밭농사를 주로 하고 있다. 가구 수는 100여 호 정도되는 오붓한 마을이다. 이 작은 규모가 엄청난 강점이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 공감대가 '조용하다'이다.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품성이 마을공동체에 그대로 녹아들어, 관광버스가 들어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구조에 질색을 해온 것이다. 발전이라는 논리로 왁자지껄한 상업적 마인드를 제시하더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평온 추구의 땅.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찾아들면 장사로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보편적인 자본주의 논리는 이 마을사람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개발위원들과의 대화에서 찾은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잘하는 것 중심으로 발전을 해도 할 것입니다." 얼마나 감동적인 결기인가! 차별화된 특색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전략적으로 대동단결해 실천해 내는 모습에서 크나큰 귀감이 된다. 모방과 답습으로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마저 파괴 돼버린 천박한 모습들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성읍2리 마을공동체의 실천역량은 큰 회초리를 치고 있다.

김채욱 이장

김채욱 이장에게 성읍2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수학 등호를 가지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마을일=집안일". 불문율에 가까운 문화정체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제주의 마을공동체문화 그 정신세계가 현실적으로, 실천적으로 뜨겁게 살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마을과 공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러워하는 표현 '작지만 강한 농촌'이 명불허전이다.

2006년 더덕브랜드마을로 선정될 정도로 대표 농산물인 더덕은 전국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아쉬운 것은 20년 넘게 일관성을 가지고 품질경쟁력을 확보했으면 이에 상응하는 행정적 지원과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함에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마을의 역사적 전통 중에 백약이오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백가지 약초가 자라는 약초의 보물창고였다는 사실을 그대로 오름 이름으로 삼아서 불러온 것. 옛날 초약꾼들이 귀한 약초를 캐러 반나절을 걸어 찾아왔던 그 생활문화가 서려 있는 오름이다. 그 전통적 가치와 정신적 배경이 가진 의미를 문화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에 상응하는 행정기관의 각성이 요구된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초지로 덮여있던 곳이 지금은 나무 군락으로 변해 약초가 서식할 수 있는 기능이 파괴됐다. 산림청의 논리가 일방적 획일화를 가져와서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이 멸실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백약이오름 복원과 문화재적 위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산림자원이 중요하다면 약초자원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다. 부가가치와 파급력은 더 높고. 힐링을 주는 조용한 농촌마을과 약초는 일맥상통하는 연결고리다. <시각예술가>



이 길의 의미
<수채화 79㎝×35㎝>

자동차가 다니기에 충분한 2차선 도로다. 길을 감싼 것은 온통 초록 세상 나무와 풀들이니 7월의 뙤약볕이 눈부시더라도 저 나무 그늘 아래 쉴 생각에 견딜만하다. 이 마을공동체는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넓은 길이 절실한 곳이 아니었다. 농사와 축산을 하더라도 등짐을 지고 나르거나 말과 소로 하여금 수레를 끌게 하면 됐던 것이다. 저기 폭넓은 도로가 방지턱으로 보이는 것에 막혀있는 그다음 공간 저 좁은 농로가 옛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를 한 화폭에 담아낼 수 있어서 의미가 깊다. 문제는 이 넓은 도로의 많은 부분이 지목상 도로가 아니라는 것. 실질적으로는 도로이지만 공공의 것이 아니라 개인 소유 땅이 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설명에 의하면 마을 안길 자동차도로의 90% 정도가 이러한 실정이라고 한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면 자신의 밭이나 임야가 도로확장에 포함되더라도 어떤 의무감과 같은 의식을 가지고 동의해 살아온 것이다. 마을 발전에 기여를 한다는 뿌듯함도 가지고. 세월이 흘러서 외지인들도 마을 땅을 소유하는 시대에 이르러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게 됐을 경우에 길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도 등장할 수 있게 된 현실에서, 행정의 대비가 없다면 난감한 형국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닐뿐더러 다른 지역에도 유사사례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이 마을 안길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 그러한 문제의식과 해결 촉구를 위해 그렸다.



마을회관 앞 인공연못
<수채화 79㎝×35㎝>

숱한 마을회관을 찾아다녔지만 마당 한쪽에 품격 넘치는 이런 연못을 보유한 곳을 만나지 못했다. 감동이 밀려와 그리게 된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신적 지향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감대라 여기면서. 그 어떤 상징물이나 공공미술 관련 시설물보다 메시지가 강하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저기서 물놀이하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습도가 높아서 포자들이 돌에 번식한 모습이 한라산 깊은 계곡 암반 정도다. 단순한 조경시설이라고 보기에는 그 위치와 공감대 상 저 연못처럼 '조용하게' 자연을 아끼고 가꾸자는 주민들의 의지가 느껴진다. 회화적 관점에서 난도가 높은 묘사가 필요하다. 물의 깊이감과 반사된 초록 나무들의 결합이며 하늘색의 반사까지. 그리는 과정에서 획득하게 된 저 연못의 의미는 하늘을 비롯한 자연 모두를 거울처럼 품으려 한다는 것이다. 마치 이런 슬로건을 반사해 내는 듯하다. '우리의 거울-자연'. 사람은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지만, 저 연못은 모든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 주장도 하지 않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다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과 닮았다.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고 싶은 모습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가득 깊은 울림이 공명한다. 그런 가치관이 어떠한 시설경쟁과 물량공세, 경박한 자본논리를 압도하는 자연주의 경쟁력으로 옹골차게 웅비한다. 마음가짐이 곧 현실이 되는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힐링마을에서.

<제작 지원=제주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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