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 평화·번영 협력 논의는 한계
제주포럼 정체성 재확립·격년제 검토 시점 봉착
[한라일보] 제18회 제주포럼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내건 이번 제주포럼은 제주현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유도하는 성과는 냈으나 '우리들만의 리그'라는 비판과 함께 정체성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외 20여개 기관, 400여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50여개의 세션을 통해 외교안보, 한반도, 경제, 환경 등 신산업분야 등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2일 제주포럼의 페막세션에서 '제주선언'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요충지인 제주가 새로운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이끌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는 세계의 미래 선도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며 "국제기구와 지역기구, 정부와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지방외교 시대를 제주가 앞장서서 펼쳐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도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 중인 제주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청정환경이 공존하는 녹색도시 모델이 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청정에너지 대전환은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 섬을 실현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4·3의 세계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4·3기록물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나가겠다"며 "4·3이 평화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하고 곳곳에 만연한 갈등을 해소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도는 폐막후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아세안 플러스 알파 정책을 역점 추진하는 한편 경제·문화예술·관광 등의 활발한 국제교류를 진행하며 전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임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포럼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거대 담론의 장이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각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지 못했다. 이는 제주포럼의 논의 내용을 실행할 수 있는 각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참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인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이 참석했다.
제주도는 제주포럼을 동북아 지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포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늘 강조하고 있으나 한·중·일 외교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지방포럼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 전직 도의원은 "스위스 다보스는 인구 1만명의 작은 마을이다. 매년 1~2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포럼은 참가비와 연회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포럼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포럼은 다보스포럼과 다르게 국비와 도민들이 내는 지방비로 운영되고 있다. 포럼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퇴보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제는 포럼의 정체성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제주포럼을 계속해야 하는지, 격년제 개최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