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문만석의 한라칼럼]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입력 : 2023. 06.13(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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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원도심 초등학교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 학생 수 증가로 인한 과밀학급과 2부제 수업 등의 문제는 옛 추억으로 포장될 정도로 지금의 원도심 학교는 가파르게 폐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출산율 0.78명, 세계 유일의 0점대 출산율 국가, 역대 OECD 국가가 기록한 가장 낮은 출산율이라는 수치가 그 해답의 단초가 된다.

한때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 등을 통해 출생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가족계획이라는 미명 하에 1980년대 출산율이 2명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중단하지 않았고, 1996년 1.6명까지 떨어진 후에야 중단했다. 그 이후 무려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 저출생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고령화의 문제로 이어지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가 됐다. 이대로라면 50년 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러니 더욱 애를 낳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쩌면 '집단자살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는 병리적 위기의 사회이다. 원활한 결혼이 이루어지려면 안정적 소득과 주거 문제 등이 전제돼야 하고, 출산의 선택은 고용과 보육 및 사교육비 부담 등과 맞물려 있다. 저출생 문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국가들의 정책은 크게 금전적인 혜택,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출산 친화적인 환경 조성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지자체별로 출산장려금 등 현금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실질적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출산장려금을 받은 신생아 수는 늘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에 전입해 지원금만 받고 떠나는 사례만 증가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에 따르면 저출생 문제는 직접적인 현금 제공보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들이 제공돼야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근의 반려견 열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의미하고, 우리 사회가 변형된 형태이긴 하지만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이 대신에 반려동물을 택하는 것이라면, 반려동물 대신에 아이를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연하게 부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집단자살 사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을 넘치도록 존중하고, 고질적인 사교육비 부담과 주거 문제 등 혼인과 출산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와 함께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산업현장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너무 어이없게 귀중한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그 많던 아이들을 우리 스스로 쫓아낸 것은 아닌지, 위기를 좋은 위기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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