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사 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부담이 되는 요즘이네요."
1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 중 첫번째 복날인 초복(11일)을 앞두고 가족을 위한 보양식을 고민하던 박모(51·제주시 노형동)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편하게 외식으로 삼계탕을 먹으려던 그는 바로 그 계획을 포기했다. 4인 가족이 먹으려면 6~7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 해서 부담이 꽤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복날인 만큼 가족 건강을 위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집에서 삼계탕이나 닭백숙을 끓여 먹으려고 마트에서 장을 본 그는 닭고기 뿐만 아니라 대추, 인삼 등 다른 재료 가격도 올라 있는 모습에 다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그는 "닭 3마리에 대추 등 삼계탕 재료비만 3만원 넘게 든 것 같다"며 "물가 상승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지난해보다 물가가 상승해 올해 복날은 집에서 해 먹는 것도, 밖에서 사먹는 것도 모두 부담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복이 다가온 가운데, 여름철 보양식 대표 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닭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르면서 여름 보양식으로 즐겨찾는 삼계탕을 집에서 해 먹거나 밖에서 사 먹으려는 도민들 모두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닭고기 소매가격은 ㎏당 6364원으로, 1년 전(5584원)보다 14% 올랐다. 도매가격도 ㎏당 4262원으로, 1년 전(3879원)보다 10% 올랐다.
이처럼 닭고기 가격이 높은 이유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비 상승으로 사업자가 사육 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인데다 종계의 생산성이 떨어져 육계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육계 도축 수는 6535마리로, 1년 전(6697마리)보다 2.4% 감소했다. 평년(7069마리)과 비교하면 7.5% 줄었다.
닭 가격이 오르면서 삼계탕, 백숙 등 보양식을 사먹으려는 사람들의 외식비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제주도내 삼계탕 한그릇 가격은 평균 1만5250원으로 1년 전(1만3250원)에 견줘 15%나 올랐다.
복날 대목을 앞둔 도내 식당 업주들도 치솟는 재료값에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제주시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손님들이 가격이 비싸졌다는 얘기를 하는데, 닭 뿐만 아니라 야채 등 각종 재료값과 가스비·전기세 등 연료비, 인건비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이 많다"면서 "대목이라고는 하지만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농식품 할인 지원 사업으로 국내 대형마트 6곳에서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40% 이상 닭고기를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