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응급실 로비 1시간 대기중 사망… 왜 전원 했나

제주 응급실 로비 1시간 대기중 사망… 왜 전원 했나
대학병원 "3~4시간 기다려야 한다 미리 고지"
의료원 "정확한 대기 시간 안내 받은 적 없어"
유족 "대기 가능성 알았으면 전원 안했을 것"
  • 입력 : 2023. 07.17(월) 15:03  수정 : 2023. 07. 18(화) 21:08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전원 절차(타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일)를 밟던 환자가 대학병원 로비에서 1시간 넘게 진료를 기다리다 숨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족 측과 의료기관끼리 당시 전원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환자 전원을 요청한 서귀포의료원에 "응급실이 포화상태여서 진료를 받는데까지 3~4시간 걸릴 수 있다"며 미리 안내했다고 주장했지만, 서귀포의료원은 "조금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뿐 3~4시간이나 걸린다고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유족 측은 "병원 측이 대기 시간뿐만 아니라 대기 가능성조차 고지한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정지 일으키고나서야 나타난 의사=논란의 사건은 지난 12일 발생했다. 이날 서귀포의료원(이하 의료원) 의료진은 A(60·서귀포시)씨 측 보호자에게 제주대병원으로 환자를 옮겨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신장 질환 환자로 지난 3일부터 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진은 환자 상태가 악화하자 보다 규모가 큰 제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전원을 권유했다. A씨는 의료원 인턴의사와 함께 특수구급차를 타고 이날 오후 3시10분쯤 제주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미 응급실 병상이 꽉 차 A씨의 대기순번은 열 번째였다. A씨는 응급실 밖 병원 로비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다 1시간 20분 후인 오후 4시30분쯤 심정지를 일으켰다. 제주대병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A씨는 30분쯤 뒤 사망했다.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실 도착 순서가 아닌 중증도에 따라 진료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제주대병원은 응급실 도착 직후 A씨를 상대로 호흡과 맥박을 확인하는 예진 검사를 실시했지만 중증도 분류 기준인 KTAS(케이타스) 평가 상 3단계여서 대기 환자로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타스 1단계는 생명 또는 사지를 위협해 즉각적인 처지가 필요한 상황을, 3단계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어 잠재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A씨 아들은 "전원을 결정할 당시 이미 아버지는 부인과 아들을 못 알아볼 정도로 의식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다"며 "또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는 아버지 상태가 더 나빠져 대기 순번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 얼굴은 아버지가 심정지를 일으키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며 "이럴거면 왜 전원을 결정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3~4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왜 전원했나=상태가 어느 순간 나빠질지 모를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진료 대기 시간이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제주대병원은 A씨 전원을 수용하면서도 응급실에 환자가 꽉차 대기 시간이 3~4시간 걸릴 것이라고 미리 의료원 측에 안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원은 제주대병원으로부터 정확한 대기 시간을 안내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제주대병원이 조금 대기할 수도 있다고만 했지 3~4시간 걸린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대기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될 줄 미리 알았다면 A씨 측에 전원을 권유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A씨 보호자에게 대기 가능성은 사전에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유족 측은 의료기관 사이 진실공방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 아들은 "의료원으로부터 대기 가능성 조차 안내 받은 적이 없다"며 "3~4시간 동안 환자 상태가 어떻게 변할줄 모르는데, 어느 가족이 멀쩡히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단 말이냐. 전원을 하지 않았으면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도 입원 중인 의료원에서 응급 처치가 가능했는데 전원을 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태에서 의료기관끼리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의무기록지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177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