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주시 봉개동 숫모르편백숲길 일원에서 진행된 '사려니(한라산둘레길) 숲아카데미'.
[한라일보] 장맛비가 잠시 쉬어가던 여름날 제주의 숲에서는 초록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특별한 탐방 행사가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산림문화체험 사려니숲길위원회가 주관하는 '사려니(한라산둘레길) 숲 아카데미'가 19일 제주시 봉개동 숫모르편백숲길 일원에서 진행됐다.
올해 처음 시작된 숲 아카데미는 청소년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강사 또는 숲해설사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제주의 생태를 배우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이날 열린 숲 아카데미는 '2023년 산림청 명품숲길'로 선정된 한라산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에서 진행됐으며 28명의 참가자들이 장맛비가 잠시 멈춘 푸른 숲길을 함께 걸었다.
이날 숲 해설사로 나선 제주도 자연해설사 강윤복 씨는 참가자들에게 안전에 유의해 줄 것과 탐방 코스 이외의 장소로 이탈하지 않는 등 주의사항을 꼼꼼히 설명하고 탐방을 시작했다.
한라생태숲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안개가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초록의 숲으로 점차 걸어 들어갔다. 다행히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고 숲이 내뿜는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에 탐방에 큰 불편은 없었다.
강윤복 해설사의 제주 식생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를 들으며 탐방객들은 알지 못했던 나무의 이름이나 곤충의 특징을 배워 나갔고 자욱한 안갯속에 펼쳐진 몽환적인 숲에서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려니 숲아카데미 참가자들이 함께 춤을 추며 제주 자연을 체험하고 있다.
한라생태숲에서 절물자연휴양림 입구까지 약 6.6㎞ 구간에는 삼나무 군락과 편백나무 군락 등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이 펼쳐져 있어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탐방객들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아름다운 숲의 기운을 눈과 마음에 담아 나갔다.
또 절물휴양림에서는 강 해설사가 준비한 시를 함께 들으며 자연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참가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이며 가벼운 춤을 추는 등 제주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아내와 함께 참가한 이재일(67) 씨는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해설사가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다음에 또 참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시 이도동에서 온 장순희(65) 씨는 "비가 오지 않아서 안개 낀 숲이 운치 있고 좋았다"며 "새소리를 들으며 숲을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려니 숲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숲 아카데미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 20일에는 사려니숲길 일원에서, 21일에는 한라산둘레길 시험림길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22일에는 무릉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음악회 등도 준비돼 있다.
숲 아카데미 관계자는 "2040 플라스틱 제로섬 제주를 위해 탐방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 등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며 "개개인의 참여가 모여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탐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