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을 찾은 관광객들이 거센 비바람을 뚫고 이동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제6호 태풍 '카눈'이 제주에 한때 시간당 40㎜가 넘는 강한 비를 쏟아부었지만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태풍 '카눈'은 10일 새벽 성산에서 동쪽으로 약 145㎞ 떨어진 해상을 지나며 제주지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리고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경남 거제에 상륙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 동쪽 지역과 산지에는 총 65.0~286㎜의 많은 비가 내린 반면에 그 밖의 지역에서는 5~40㎜ 내외로 상대적으로 적게 내렸다. 또한 제주도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0m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많았다.
10일 오후 2시 기준 한라산 남벽에는 286㎜, 삼각봉에는 250㎜의 많은 비가 내렸으며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145.5㎜, 구좌읍 송당리에 136.5㎜의 비가 내렸다.
반면 북부인 제주시에는 2.2㎜, 남부 서귀포 9.0㎜, 서부 고산은 1.7㎜ 등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가 컸다.
특히 태풍이 제주 동쪽 해상을 거쳐 북상하면서 성산 등 제주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한때 시간당 40㎜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렸다. 동부 지역의 지점별 최대 시간당 강수량은 송당 48.5㎜, 성산수산 47㎜, 구좌 31㎜ 등이다.
강한 비바람에 태풍 피해 신고가 잇따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제주도 소방 당국에는 강풍에 간판이나 공사장 가림막이 흔들리고 나무가 쓰러졌다는 등 총 26건의 신고가 접수돼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10일 오전 6시 38분쯤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의 한 도로에서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전기톱을 이용해 안전조치했으며, 지난 9일 오후 10시12분쯤에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옥외계량기에서 강풍 등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진화되기도 했다.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포구에 강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은 이틀째 차질을 빚었다.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은 이날 오전시간대에는 전국이 태풍영향권에 들면서 대부분 결항되거나 지연됐지만, 낮 12시 이후부터는 일부 지역에 대한 항공기 운항이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제주공항을 오갈 예정인 항공편 515편(출발 268편, 도착 247편) 가운데 사전결항 204편을 포함해 235편(출발 127편, 도착 108편)이 결항됐으며, 이날 현재(오후 6시 기준)까지 157편(출발 73편, 도착 84편)이 운항됐다.
전날인 9일에는 운항 예정이던 항공편 490편(출발 249편, 도착 241편) 중 166편(출발 84편, 도착 82편)이 결항됐다.
바닷길은 도내 항만에 대한 폐쇄 조치가 내려진 이후 지난 9일에 이어 이날도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태풍의 여파는 11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11일까지는 해안에서 너울과 함께 매우 높은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이 있겠으니 월파 피해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