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제주대학 옛 본관의 회복 치열한 논의로 시작해야

[김태일의 월요논단] 제주대학 옛 본관의 회복 치열한 논의로 시작해야
  • 입력 : 2023. 08.14(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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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2년 김일환 총장 취임에서 공약발표로 표면화된 제주대학 옛 본관의 회복 문제는 학교당국과 건축계의 커다란 관심사다. 제주대학 옛 본관은 구조안전문제를 이유로 1995년 8월5일 철거되었다. 건축가 김중업의 탄생 100주년이자 제주대학교 개교 70주년이 되는 2022년에 건축가 김중업과 제주대학 옛 본관을 소환하여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철거 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의미있는 일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근대 건축가를 대표하는 김중업의 제주대학 옛 본관은 철저하게 르 꼬르뷔제의 규칙과 방법이 적용되면서도 제주의 땅과 풍경의 수용, 공간성과 장소성이 어우러진 대표작이자, 제주대학에서는 지금의 국립대학으로 성장해온 원동력이 되었던 교육시설이기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대학 옛본관의 철거와 회복에 대한 문제인식의 공유차원에서 제주대학교와 제주건축가협회가 개최한 지난 7월7일 공개토론회의 의미도 크다고 할수 있다. 특히 이번 공개토론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주대 총장이 철거에 대하여 유감을 표하였다는 점의 평가와 함께 논의의 전환점과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고 생각된다. 첫째, 용어의 문제이다. 토론회에서는 복원/재현의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였으나 이미 철거되어 사라진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재탄생이나 회복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사용을 고려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필자 역시 회복이라는 단어사용에 공감하는 부분이다.

둘째, 왜 회복을 하여야 하는가, 즉 당위성의 문제다. 이는 경제적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철거건축물을 그대로 회복시킨 결과에 대한 가치와 의미, 논리성과 타당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히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철거건축물의 회복 추진은 논리적 빈곤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한 회복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하여 치열한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어느 위치에 할 것인가, 장소의 문제이다. 제주대 옛 본관 설계 당시, 용담캠퍼스가 바다에 인접해 있고 섬이라는 장소의 이미지를 의식했을 것이다. 특히 경사로는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의 기능이지만 타원체의 경사로를 통해 이동하는 과정은 해안 인근에 위치한 장소적 특성상 주변에 넓게 펼쳐지는 바다와 오름, 하늘을 즐기며 이동하는 희유적 공간이다. 그러나 용담캠퍼스가 있었던 사대부고의 현재 여건에서는 회복에 의한 원래의 의도를 구현하기 어렵고 공개토론회에서 제시된 아라캠퍼스도 같은 여건이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위치선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넷째, 회복 이후 어떠한 용도로 사용 활용 할 것인가, 활용의 문제이다. 구축된 구조체와 공간을 바탕으로 건축가 김중업의 건축철학과 제주대의 새로운 미래발전의 비전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활용방식에 따라 위치와 방식문제에서 자유로운 활용방안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방안도 설득력 있는 대안적 접근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소요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비용의 문제이다. 이미 철거되어 사라진 건축물의 회복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대학 옛 본관이 건축될 당시와는 달리 구조적 문제의 해결과 설비 및 통신문제, 친환경건축 문제 등 기능적인 문제해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회복에 대한 깊은 논의가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공개토론회에서 던져진 방향성과 과제에 대한 논의는 건축계의 이슈거리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장소선정과 활용, 비용의 조달 등 제주대학과 관련된 사항인 만큼 이제 대학 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앞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이끌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학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었을 때 제주대학 옛 본관 회복의 당위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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