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청소년을 위한 제주 일노래 교육 프로그램

[고영림의 현장시선] 청소년을 위한 제주 일노래 교육 프로그램
  • 입력 : 2023. 08.18(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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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일노래는 제주의 전통 음악 유산이다. 이 유산이 중요함을 모르지는 않으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제주 일노래의 가치를 제주도민과 공유하고자 2020년에 기획한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되었고 올해 2023년에는 제4회 행사를 치른 참이다.

오래된 집 마당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이 공연은 제주의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되면서 성장해 왔다. 도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승된 문화야말로 지역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대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향시설 즉 마이크와 스피커에 의존하지 않고 악기 반주도 없이 오로지 소리꾼들의 목소리로만 전달하는 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제주 방언으로 된 사설에 집중할 수 있다", "사설에 담긴 내용에 눈물이 난다", "제주인들이 일하면서 부르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등 일노래 가치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전통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청소년들에게 제주 일노래를 감상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 일노래'를 통해 도내 10개 학교에서 제주 일노래 공연과 교육을 진행하였다. 청소년들에게 외국어처럼 들리는 제주 방언을 제주민요연구자가 풀이해 주고 제주일노래악보집에 수록된 '해녀노젓는소리'를 공연자와 함께 불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들은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듣고 부르면서 제주 일노래가 왜 중요한지, 소멸 위기에 놓인 제주 방언을 어떻게 하면 지켜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 사업의 세부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청소년을 위한 제주 일노래 축제'에서 제주 일노래 경연대회도 열었다. 과거의 척박한 노동 현장을 경험한 적 없는 청소년들이 '멸치후리는소리', '방아찧는소리', '마당질소리'를 독창, 중창, 합창으로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무엇을 알려주고 배우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중요하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교육적 의미는 배가될 것이다.

과거의 것들이 현재에 의미하는 바를 알고 미래에 지속될 수 있게 노력하는 일을 청소년들이 주도할 수 있게 만들어 보자. 우리의 미래를 가꾸어 갈 그들이 실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청소년을 위한 제주 일노래 교육'을 정규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제주 방언과 제주 일노래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보장되리라 확신한다. 일노래라는 제주의 무형유산에 담긴 제주의 정신을 후속세대에게 전승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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