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9)아주 오래전 제주 바다는 어땠을까?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9)아주 오래전 제주 바다는 어땠을까?
화산섬 탄생의 시간 담긴 기원의 땅 '서귀포층'
  • 입력 : 2023. 08.21(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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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화산지질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땅 '서귀포층'
신생대 화산 폭발로 용암과 퇴적물이 만나 탄생한 기반암
확인된 140종 화석… 과거 제주 바다는 냉온대성으로 유추

[한라일보] 잠시 현재에서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상상력이 조금 필요하다. 사람들이 제주에 살기 시작하던 때와 그리고 제주도가 바다 표면 위로 오르기 이전 바다 밑으로부터 화산이 폭발하던 아주 먼 옛날로. 여러 가지 유적과 화석들이 있어 과거를 유추해 볼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먼저 석기시대이다.

서귀포시 서흥동 일대의 해안절벽과 절벽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여러 바위가 있는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196호로 지정된 '제주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도 지질공원 중 '서귀포층 패류화석'이기도 하다.

제주도엔 특히 신석기 유적들이 많이 발굴됐다. 이를 통해 적어도 1만여 년 전부터 제주도에 사람들이 거주했다는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석기는 대개 기원전 8000년 전부터로 보고 있으니 생각해 본 것이다. 구석기 유적도 발견됐지만 그렇다고 백만 년 정도 전부터는 아니다. 그땐 제주도가 외형은 갖추기 한참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책 국립제주박물관(2017)에서 언급한 최종 빙하기 후기인 1만8000년부터 신석기 시대에도 화산활동이 이어졌다고 적고 있으니 어쩌면 이때도 사람들이 살았으리라.

제주대학교 박물관이 펴낸 책 '제주의 바다, 땅 그리고 사람(2012)'에서 선사시대 어로 활동과 그 시절 제주 바다에 살았던 바다생물, 주로 패류 들을 대할 수 있다. 소라, 보말, 삿갓조개 등 생물들은 지금 것처럼 낯익다. 어류보다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연체동물을 주요 단백질원로 삼았다는 증거다. 신석기 시대에 제주 사람들이 어로행위를 적극적으로 했으며, 유적에서 함께 출토된 토기 등으로 볼 때 적어도 조개탕을 해 먹었을 것이라는 상상해 본다.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옮겨가는 사이에도 해수면 변화로 연륙된 제주도가 난류의 북상으로 막았다가 대한해협이 열리는 등의 큰 변화가 있었다. 신석기 유적에서 전복이 다양한 생활 도구로 쓰였다는 점과 온대 해역 산 조개의 껍데기가 장식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때 당시 바다는 아열대나 열대 환경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제주 자연 유산 '서귀포층'

서귀포층에는 바위에 켜켜이 조개껍데기들이 겹쳐 있는 것도 많다. 산호 화석도 보인다.

그러나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2022년 여름 서귀포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아침마다 새섬까지 산책하러 나갔었다. 하루는 서귀포 패류화석 산지에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30여 년 전에도 "이 중요한 것을 이대로 두고 있나?" 했었다. 그동안 제주도에 자주 오면서도 이곳 생각을 "왜 한번 못했지?" 하고 자책했다. 이전보다 관리가 체계적인 것 같았지만, 철저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소장은 이곳을 "제주도 화산지질에서 가장 중요한 지층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게 되면 망설이지 않고 '서귀포층(西歸浦層 Seogwipo formation)'이라고 말한다. 조개류 화석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화산섬 형성 과정이 '서귀포층' 속에 타임캡슐처럼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서귀포층'에 대해서 알아보자. 제주도는 한 번의 화산 폭발로 생성된 것이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100번 이상의 크고 작은 폭발이 적어도 100만 년 이상 지속된 것이다. 처음은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258만년 전부터 1만2000년 전까지의 지질시대를 말하며, 갱신세라고도 함) 초기 약 200만년 전 전후 바닷속 화산에서 분출된 마그마들이 바닷물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나고 그 잔재와 바다 바닥의 자갈, 모래 또는 펄로 된 퇴적물과 섞여서 차츰 굳어졌다. 이것이 '서귀포층'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퇴적암 성격을 갖는 제주도의 기반암이라고 보면 된다. 후에 여러 번의 폭발이 이어져 섬이 생성됐는데 이때의 용암이 '서귀포층'을 덮었다. 표면에서부터 보면 맨 위가 조면암과 현무암층인데 이 층은 물스밀성이 강해 '서귀포층'이 없었다면 지하수가 고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서귀포층'은 서귀포에만 있는 지질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층은 처음 일본 과학자들에 의해서 발견됐다. 이후 '서귀포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23년과 1931년의 일이었다. 이곳의 학술적인 중요성은 층의 존재 희귀성이 그 이유인데 그래서인지 최근까지 관련 연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왼쪽은 가리비 과에 속하는 화석종으로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에 쉽게 볼 수 있다. 오른쪽은 화석 종인 가리비와 함께 많이 볼 수 있는 종으로 '주홍색무늬조개'로 보이는 종이다.



제주 바다의 고환경은 한류가 우세

플라이스토세에는 제주도 해역에서 다섯 차례 정도 기후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랭한 기후를 가진 빙하시대였다. '서귀포층'에서는 지금까지 140종이 대형동물의 화석이 확인됐는데 조개나 고둥류 같은 연체동물도 다수였고, 완족류, 산호, 성게, 백상아리 이빨, 고래 뼈도 나왔다. 이곳의 대표 화석은 가리비 과에 속하는 한 화석 종(Mizuhopecten tokyoensis hokurikuensis)인데 크고, 생김새는 동해에 사는 큰가리비와 닮았다. 김진경 등(2010)은 이 화석을 동위원소로 측정한 결과 화석종이 살았던 환경을 저온 환경으로 빙하 해수와 밀접한 고환경으로 보았다. 그리고 현생 종인 여러 다른 조개도 윤선 교수는 한류 종이라 했다.

또한 이 층에서 발견한 미세 화석인 단세포 원생동물의 일종인 유공충 종 등의 한 흔적 화석 연구(1997)에서도 김진경 등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또한 백상아리는 온대 해역인 어류이고, 주 활동근거지가 냉온대성 해역이다. 따라서 '서귀포층'에 화석으로 보존된 생물들이 살았던 제주 바다의 고해양환경은 난류의 영향을 다수 받았더라도 온난한 아열대 환경이 주된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는 지금의 제주 바다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점은 다음 연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300여 년의 기후 온난화가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오를 수도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렇게 오랜 과거를 되짚어 보는 것은 지금의 인간 활동에 기인한 기후 변화가 너무나 심각해서다. 플라이스토세 이전으로 역주행할 것이라 주장도 있다. 바다를 자세히 바라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왼쪽은 가리비 과에 속하는 화석종으로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에 쉽게 볼 수 있다. 오른쪽은 화석 종인 가리비와 함께 많이 볼 수 있는 종으로 '주홍색무늬조개'로 보이는 종이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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