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7765*방 아이들

[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7765*방 아이들
  • 입력 : 2023. 08.23(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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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5반. 선생님의 두 번째 발령지이다. 77년, 우리가 거기 있었다.

*7765*는 이제 곧 환갑인 아이들의 단톡방이다. 그때 만나 지금껏, 세월 참 많이 흘렀다. 애초 적은 수에 들고나면서 열 명 남짓 남았다. 어린 날, 내 성장의 힘은 팔 할이 선생님이시다. 이듬해 섬으로 와 먼데, 감감하다가도 매 때 안부를 먼저 챙기셨다. 입말 그대로 전하기는 부끄럽게, 아끼지 않으시는 칭찬과 격려. 지나 보니 곡절 많았는데 금방 추슬러 자존하는 어른이 되었다. 모두 덕분이다. 늘 가까이 계시니 감사하다. 아주 오랜만에 선생님 모시고 다 늙은 아이들이 어릴 때처럼 팔랑였다. 어쩌다 한 번인데 쉽지 않으니 이제 몇 번이나 함께일까.

오래된 교실의 흑역사에 꼭 훌륭한 분만 계셨던 건 아니다. 선착순 전체집합쯤은 예삿일이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뺨 세례에 휘청 흔들린다. 그나마 맨손 아닌 대걸레자루 매는 혹, 교육적인가. 열외의 아이들까지 당하는 모욕과 공포. 의식이 아직 태어나지 않아, 발화되지도 못했던 교실 미투들. 브라 끈을 뒤에서 활시위처럼 당겼다가 일순간에 놓는 기이한 체벌. 당해도, 외면한대도 온몸 떨리던 극한의 수치심. 숙취에 뜬 붉은 얼굴로 자습시켜 놓고 졸고 있던 교편. 낭만으로 야만을 덮던 시절이다.

초등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는다. 감춰졌던 갑질 부모의 만행이 조금씩 드러나다 혐의없음이 되었다. 덮고 숨기면서 억울한 죽음은 마침내 너무나 헛되다. 직업윤리에 사명감만을 강조하는 건 폭력이다. 꿈꾸던 젊음은 거꾸러졌고, 부모는 참척을 당했다. 아이들은 첫 스승을 잃었고 더 이상 교사를 꿈꾸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과와 합의금을 요구한다. 여차하면 소송이다. 법으로 괴롭힌다. 승소 이상의 목적은 앙심이다. '아동학대신고의무제'는 학교의 관리자들도 비대해진 사법권 쪽으로 서게 한다. 자문은커녕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파직이다. 이때 법은, 법 권력 소수들의 악덕을 돕는다. 교사는 힘없는 개인일 뿐이다. 지원도 대항권도 없다. 유일한 권력은 학생생활기록부의 평가뿐인데 낙인효과가 있어 교육적이지도 않고 불복하면 실질적인 효과도 없다. '악성민원처리전담창구'가 필요하다. 교권의 공백은 제도가 문제다. 학생 인권을 축소하면 추락한 권위가 서나. 조례를 폐지하면 침해된 교권이 돌아오나. '의자뺏기게임'인가. 규율은 견고하게, 인권은 세심한 확장이 좋겠다. 의자를 더 놓을 일이다. 누구의 것이라도.

제자의 글을 기쁘게 보는 스승이 계시다. 훌륭한 어른 한 분 마음 깊이 두고 자랑삼는다. 우리의 성장기에 선생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 늘 공부하시는 모습 봬서 너무나 좋다. 건강하셔서 오래 지켜봐 주시기를. 아마 *7765*방 아이들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언젠가 드렸던 한 줄 문자처럼, 한결같이 "샘께서 힘! 주십니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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