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택의 현장시선] '학교 바당'과 '할망 바당'의 실현을 꿈꾸며

[문윤택의 현장시선] '학교 바당'과 '할망 바당'의 실현을 꿈꾸며
  • 입력 : 2023. 10.06(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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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할망 바당'은 마을 가까이에 있는 얕은 바다를 은퇴한 고령층 해녀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 해녀는 위계 조직과 자체 규약을 가진 자생적 경제결사체이면서 공동체의 협력으로 상호부조를 실천하는 복지지원체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안거리와 밭거리라는 주거 형식이 부모와 자식 간에 형성되는 주체적인 세대 관계를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은 같은 울타리 안에 살아도 부엌을 따로 사용하는 주거 형태이다. 가족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독립된 주거 형태인 것이다. 의존하지 않고 자존적인 삶을 추구하는 제주인의 특성이다.

자립적 개인의 삶과 협력적 공동체의 삶의 균형,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조화를 이루는 생활 방식인 것이다. 현대적 시각으로 보더라도 너무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다. '학교 바당'이 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제주지역 마을학교공동체의 힘을 상징한다면 '할망 바당'은 지역돌봄의 공동체 복지모델이다. 모든 존재는 태어나고 자란 땅의 모습을 닮아 간다. 지리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땅도 사람도 서로 하나가 된다. 지역의 정체성이 우리의 정체성을 주도하는 바탕이 된다. 제주만이 독특한 공동체 문화 속에서 자리 잡아 온 소중한 생활 방식과 문화유산이 고도화된 문명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대안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마을의 다양한 자원을 교육과 연계하면서 삶의 터전이 배움터로 바뀌는 마을교육공동체가 미래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사회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며 교육의 의미가 확장되고, 마을학교공동체에서는 지역 사회의 인적·문화적·환경적·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이 배움을 실천한다.

다수의 미래 학자들은 느슨한 연결을 통한 개인의 자존과 공동체의 공존의 조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주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가 품고 있는 빛나는 미래가치. 그 소중함을 얘기하고 싶다. 마을학교공동체의 출발에는 '마을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학교공동체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마을 자치가 활성화되는 밑바탕이 필요하다. 이런 마을공동체 운동의 속살에는 사람이 있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우리 학교에서, 우리 마을에서 우리 아이 키우기가 그 본질에 함축돼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마을공동체와 마을학교공동체가 접합되는 부분인 것이다.

마을학교공동체는 느슨한 네트워크형의 지역공동체 구축에서 지역 주민이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는 본질적 민주주의 실현이고,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안이다. 마을이 학교를 발전시키고 학교가 마을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변혁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향해간다는 것임을 확신합니다.<문윤택 제주다담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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