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자의 문연路에서] 일도지구,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원화자의 문연路에서] 일도지구,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34년 전 계획 그대로 방치
재건축 단지 10곳 ‘수두룩’
선제적인 미래 계획 필요
  • 입력 : 2023. 10.17(화) 00:00  수정 : 2024. 03. 14(목) 10:5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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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3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도지구가 개발을 시작한 1989년 이래로 34년이 흐른 것이다. 1989년 당시에는 100만제곱미터가 넘는 대규모의 택지개발을 LH가 수용방식으로 조성했으며,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이 50%가 넘어 제주도내 양질의 대규모 주택공급을 목표로 추진된 것이다.

1989년 당시 일도지구는 제주도 내 신도시로 개발돼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살기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격자형 가로망, 학교와 공원 등 기성시가지와는 다른 새로운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지역보다 살기좋은 도시일까?'라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든 지역이 됐다.

우리나라에 비슷한 시기 조성된 대표적인 신도시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당과 일산신도시다. 일도지구와 같은 해인 1989년 시작해 1996년 조성이 완료됐고 아파트와 연립위주로 주택공급 200만호를 목표로 계획된 고밀형 신도시를 개발한 것이다. 시기는 비슷하지만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를 일도지구와 비교하기에는 일도지구의 여건이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다. 분당신도시의 경우에는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살기 좋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세월이 지나 노후화된 아파트들이 지어진 시기에 맞춰 순환적으로 재건축이 이뤄지고, 재건축에 따라 증가하는 인구를 반영한 기존도로 개선안까지 마련된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 제주 일도지구의 현실은 어떠한가?

34년전 계획이 아직까지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일도지구는 재건축 단지가 10개소로 가장 많이 위치한 지역이다. 이에 따른 재건축 시기, 재건축 이후 시기를 대비해야 하나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도 그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일도지구의 미래가, 더 나아가서는 제주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동서의 균형발전, 15분도시, 미래비전, 컴팩트시티 등 다양한 말들은 많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호나 미사여구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일도지구의 개발방향을 설정하고 불합리한 고도와 용적률, 용도지역 등을 정비함과 동시에 기반시설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한다면 앞서 말한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9월 도정질문 시 오영훈 지사도 용적률과 층수가 낮은 것에 대해 인정했으며, '정밀한 조사와 설계를 통해 한라산의 상징성 등 제주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해 고려 하겠다'고 답변했다. 비단 일도지구뿐만 아니라 제주의 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미래 계획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미래를 그려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도지구가 살기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는 제주 도시 전체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원화자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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