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11) 에필로그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11) 에필로그
절대·상대보전지역 함몰 지형 숨골 지정은 '탁상행정'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303개 숨골지형 조사
'숨골지형'='숨골' 분류하는 것은 무리 판단
숨골지형 상당수가 농지로 개간
내년 추가적인 조사·홍보 프로그램 진행 계획
  • 입력 : 2023. 10.30(월) 00:00  수정 : 2023. 10. 30(월) 16:53
  • 고대로 이태윤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절대·상대 보전지역(2만1458.9437㎡)에 숨골 레이어(LAYER)로 분류된 303개 '숨골지형'에 대한 현장 탐사가 마무리됐다.

숨골레이어는 국토교통부 국립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수치지형도에 나온 지형레이어(등고선)에서 함몰된 부분을 표시한 것이다.

도내 숨골레이어는 절대보전지역 18개, 지하수 1등급 지역에 285개가 분포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동지역 4개, 한림읍 24개, 애월읍 16개, 구좌읍 77개, 조천읍 54개, 한경면 37개, 대정읍 23개, 성산읍 22개, 남원읍 12개, 안덕면 18개, 표선면 16개이다.

이들 숨골지형들은 곶자왈 지대와 임야, 초지, 농경지 등 다양한 곳에 분포하고 있다.

와흘리 숨골.

온평리 숨골.

지난 6월 난산리에 시간당 20㎝의 비가 내렸으나 도로에 있는 빗물이 농지에 있는 숨골로 유입되지 않았다.

난산리 한 농지에 있는 숨골로 빗물이 유입되고 있는 모습.

덕천리 숨골.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진행한 이번 탐사를 통해 이들 숨골지형들을 모두 '지하수보전자원1등급지'인 '숨골'로 분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현재 '숨골'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빗물 등 지표수를 땅속으로 유입시키는 통로로 도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즉, 지표수가 지하로 직접 들어가는 '물 구멍'이다.

지난 3월 6일 공개한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연구 용역'에서는 '숨골'은 화산활동 시에 마그마가 지표상으로 분출하면서 분출물들이 분출한 통로(vent)이며, 용암동굴의 천정이 균열 등으로 인해 형성된 작은 구멍도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또 '숨골의 넓은 의미로는 지표수가 지하수로 빠르게 유입될 수 있는 통로로 화산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용암동굴 붕괴지, 용암수로, 절리 및 균열 발달지, 두터운 클링커층 또는 암괴 분포지 등을 숨골이라고 할 수 있다'. '숨골은 제주의 방언으로 '숨굴', '숭굴'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용암동굴이 붕괴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에 발달된 수직 절리계 및 균열군 등에 의해서 생성된 지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숨골지형에는 저수지처럼 늘 빗물이 고여 있었고 주변 지형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숨골지형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곳에 위치한 숨골지형으로 다량의 빗물이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또 일부 숨골지형은 대형 저류지로 활용되고 있었고, 주변 개발이 진행돼 이미 훼손된 숨골지형도 상당수 존재했다.

세화리 농지 내 숨골.

한동리 숨골.

한동리 숨골.

송당 숨골.

금악리 숨골.

선흘리 숨골. 사진=특별취재팀



구좌·성산읍 지역 임야에는 숨골지형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이곳의 상당수 임야는 농지로 개간, 이용되고 있었다. 농지 내 있는 숨골지형은 농약과 비료 등으로 오염된 지표수를 지하로 유입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특히 곶자왈 지역 과수원 내 있는 숨골지형은 막대한 양의 빗물을 지하로 유입시키고 있었다.

지하수 함양에 기여하는 숨골지형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대상'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하지만 숨골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이유로 제주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내 한 지하수 전문가는 "주민들이 비가 오는 날 숨골로 들어가는 빗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이것을 숨골로 신고를 하면 행정에 현장확인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며 "숨골의 정의를 떠나서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는 곳을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 절대·상대 보전지역에 있는 303개 '숨골지형'을 정밀 조사해서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는 숨골지형은 보전을 하고, 나머지 지역은 '지하수보전자원1등급지'에서 해제해 주어야 한다.

한라일보는 이번 조사한 데이터를 수록한 숨골 웹 사이트(DB구축)를 구축해 도민들에게 숨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웹 사이트에는 숨골지형의 사진과 위치·토지이용도, 지질학적인 특성 등도 담을 예정이다.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지하수 고갈의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제주의 소중한 환경자산인 숨골 보전을 위해 숨골에 대한 추가 조사와 홍보 및 연구 등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특별취재팀=고대로 정치부국장·이태윤 정치부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