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랜딩카지노 145억원 증발 사건 수사 중단

제주 랜딩카지노 145억원 증발 사건 수사 중단
경찰, 국내 입국 핵심 중국인 피의자 조사 1년 만에 마무리
혐의 입증할 뚜렷한 단서 찾지 못해… 출국 정지 조치 풀려
자금 담당 임원 3년째 오리무중… 소재 확인시 수사 재개
  • 입력 : 2023. 11.09(목) 17:52  수정 : 2023. 11. 12(일) 17:01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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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지난 2021년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에서 발생한 '145억원 증발 사건' 에 대한 경찰 수사가 또다시 중단됐다. 해외로 달아난 주범의 소재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1년 전 국내로 자진 입국한 공범에 대한 조사도 뚜렷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채 최근 종결됐다. 그간의 수사 과정과 쟁점들을 정리했다.

▶145억원 한꺼번에 증발=경찰 수사는 랜딩카지노 운영사인 람정엔터테인먼트(이하 람정)가 2021년 1월4월 카지노 VIP 금고에 보관하던 본사 자금 145억6000여만원이 사라졌다고 신고하면서 시작했다. 신고 직후 람정은 본사 자금 담당 임원이었던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성 림모(57)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림씨와 중국 국적의 카지노 고객이자, 전문 모집인인 우모(35)씨, 같은 국적의 환전소 직원 30대 오모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림씨가 VIP 금고에 보관하던 145억 6000만원을 바로 옆 우씨의 개인 금고로 옮긴 뒤, 오씨에게 지시해 이중 49억원 가량을 자신이 머물던 제주시 모처로 옮긴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서, 사건 발생 2주 만에 134억원을 회수했다. 나머지 10억원 가량은 오씨가 환치기를 통해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무렵 범행을 도운 공범 1명이 잡혔다. 피의자 중 1명이 잡히고, 사라진 자금 대부분이 회수됐지만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핵심 피의자인 림씨와 우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림씨는 람정 측 신고가 있기 1개월 전인 2020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우씨는 이보다 8개월 앞선 그해 2월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경찰은 림씨와 우씨가 2020년 1월 수차례 VIP 금고를 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주범격으로 분류했다. 경찰은 금고 내 145억원도 이미 이무렵 사라진 것으로 판단했다.

람정 측이 금고에 돈이 있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기가 2019년 12월이었고, 그 이후엔 금고를 열어보지 않아 돈이 없어져도 1년 넘게 모르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돈과 함께 사라진 림씨와 우씨를 검거하기 위해 UAE와 중국, 말레이시아에 사법 공조를 요청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지만 성과가 없자 2021년 10월 수사를 중단했다.

주 피의자 중 한 명인 중국인 우모(35)씨가 지난해 11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제주로 압송되는 모습. 연합뉴스

▶핵심 피의자 자진 입국했지만=난항을 거듭하던 수사는 지난해 11월 2일 우씨가 국내로 자진 입국하며 다시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은 이날 두바이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우씨를 체포해 수사를 재개했다.

경찰은 나흘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우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우씨는 영장심사에서 사라진 145억원에 대해 '카지노에서 딴 돈'이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우씨 소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영장이 기각되자 2개월마다 한번씩 법무부에 출국 정지를 신청해 승인을 얻는 방식으로 우씨가 해외로 달아나지 못하게 막는 한편, 그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불러 조사했다. 우씨는 매번 변호인을 대동해 출석했으며, 그 때마다 "과거 다른 국가 카지노에서도 수십억원을 딴 적이 있다"며 사라진 돈도 자신이 도박해서 딴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우씨는 랜딩카지노에서 도박을 해 돈을 딴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타국에는 수사권한이 미치지 않아 '다른 국가 카지노에서도 수십억원을 딴 적이 있다'는 우씨의 진술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수사 초기 우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핵심 피의자인 림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림씨와 우씨의 관계를 서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한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어 우씨가 혐의를 부인해도, 림씨의 혐의만 입증할 수 있다면 둘 모두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법 공조 요청과 적색수배를 내린지 3년이 다 되도록 경찰은 UAE 사법 당국으로부터 림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통보 받지 못했다. 현지 영사관을 통한 소재 파악 노력도 별소득이 없었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본국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에 준하는 성격으로 간주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도 많은데 UAE는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우씨를 먼저 기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지만 공모 관계로 얽힌 림씨의 진술이 확보되지 않은 이상,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중순 우씨에 대한 근 1년 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수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수사 중지는 피의자 소재 등을 특정할 수 없는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또 2개월마다 갱신되던 출국 정지 기간도 지난달을 기해 만료되면서 우씨는 언제든지 해외로 떠날 수 있게 됐다. 다만 우씨는 현재 제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우씨를 열 차례 가량 소환해 조사했고, 더 이상 우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며 "전담팀을 꾸린 것은 아니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이번 사건에 매진해왔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향후 림씨의 소재가 파악되면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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